윤 대통령 ‘김경수 복권’의 부작용

2024.08.14 06:00 입력 2024.08.14 06:44 수정

‘윤·한 갈등’ 재발·전통 보수층 이탈

야권 분열 효과보다 ‘김경수’만 부각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공개 반발에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김 전 지사 복권 논란이 커지면서 국정농단 연루자 등 자신이 수사했던 인사들에 대한 사면·복권 논란이 주목받지 못했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거뒀다.

하지만 야권 분열을 위해 던진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는 의도와 달리 윤·한 갈등 재발 등 여러 ‘사이드 이펙트’(부작용)를 불러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단행한 사면·복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김 전 지사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으면서 묻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재가한 정치권 인물들 중 상당수는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했던 인물이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농단 사건의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처벌을 이끌었지만 다시 사면·복권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여론의 주목도는 김 전 지사에게 쏠렸다.

하지만 김 전 지사 복권은 대체적으로 여권에 부정적인 결과들을 낳았다. 단기적으로 보면 야권이 아니라 여권의 분열을 키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윤·한 갈등이 부각됐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이미 결정된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끝까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한동훈계(친한계) 대 친윤석열계(친윤계) 간 갈등구도도 뚜렷하게 만들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 속에 있는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 복권은 윤 대통령 입장에선 전통 지지층 이탈이라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강경 보수층 중 일부는 윤 대통령이 야당과 연합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 후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율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게 ‘(차기 대선에서) 이 대표에게 불편한 인사를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고 전하자, 이 전 대표가 ‘경쟁은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당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선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여권 내 분열 과정에서 김 전 지사만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한 대표가 충분히 수면 아래서 조율할 수 있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들이받아 김 전 지사만 키워줬다”며 “한 대표도 피해를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는 김 전 지사에게도 범죄자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복권 반대를 외친 것 같지만, 김 전 지사가 실제로 대선 후보가 된다면 한 대표가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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