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재발·전통 보수층 이탈
야권 분열 효과보다 ‘김경수’만 부각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공개 반발에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김 전 지사 복권 논란이 커지면서 국정농단 연루자 등 자신이 수사했던 인사들에 대한 사면·복권 논란이 주목받지 못했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거뒀다.
하지만 야권 분열을 위해 던진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는 의도와 달리 윤·한 갈등 재발 등 여러 ‘사이드 이펙트’(부작용)를 불러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단행한 사면·복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김 전 지사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으면서 묻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재가한 정치권 인물들 중 상당수는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했던 인물이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농단 사건의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처벌을 이끌었지만 다시 사면·복권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여론의 주목도는 김 전 지사에게 쏠렸다.
하지만 김 전 지사 복권은 대체적으로 여권에 부정적인 결과들을 낳았다. 단기적으로 보면 야권이 아니라 여권의 분열을 키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윤·한 갈등이 부각됐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이미 결정된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끝까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한동훈계(친한계) 대 친윤석열계(친윤계) 간 갈등구도도 뚜렷하게 만들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 속에 있는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 복권은 윤 대통령 입장에선 전통 지지층 이탈이라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강경 보수층 중 일부는 윤 대통령이 야당과 연합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 후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율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게 ‘(차기 대선에서) 이 대표에게 불편한 인사를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고 전하자, 이 전 대표가 ‘경쟁은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당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선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여권 내 분열 과정에서 김 전 지사만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한 대표가 충분히 수면 아래서 조율할 수 있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들이받아 김 전 지사만 키워줬다”며 “한 대표도 피해를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는 김 전 지사에게도 범죄자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복권 반대를 외친 것 같지만, 김 전 지사가 실제로 대선 후보가 된다면 한 대표가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