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1일 거대 양당 대표회담에서 접점을 이룬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다만 여야는 정부 책임론이 제기된 ‘의료대란’ 등 사안에서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3일 소위에 회부된 AI 기본법 관련 6개 법안을 심사하고 조만간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AI 기본법은 AI의 법적 정의, 위험 최소화를 위한 규제, 3년 주기 국가 AI 기본계획 수립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이다. 현재 과방위에는 국민의힘이 지난 6월 당론으로 발의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과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 등 9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 6개 법안이 법안소위로 넘겨졌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 쪽에서 (법안 처리를) 빨리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시급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최근 (관련) 공청회를 한 게 2년 전인데 이후 진전된 상황에 맞게 공청회를 하고 법안 심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난 1일 회담에서 법 제정에 뜻을 모은 만큼 상임위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에서 드러났듯 규제 필요성도 커져 규제 범위와 정도 등이 법안 심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 기본법이 있어야 몇 개의 국가기구 설립이 가능하다”면서 “일단 기본법부터 만들고 다른 것들은 계속 개정하거나 추가로 시행령을 통해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AI 기본법 등 대표회담에서 합의한 의제들에는 여당과 공조 폭을 넓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사안들에는 당정 책임론을 띄우며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당론법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지역사랑상품권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처리도 공언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망상경제에 빠졌기 때문에 민주당이라도 시급하게 내수 진작, 소비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의료대란’ 대응이 순조롭게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내에 여야가 참여하는 대책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회담에서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한 만큼 후속 조치에 나서자는 뜻이다. 다만 이와 함께 민주당이 정부 관계자들은 경질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사태 수습책의 수위를 두고 여야 이견은 계속될 수 있다. 민주당 의료대란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 각 특위끼리 논의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밝힌 연금개혁안을 두고도 여야 충돌이 예고돼 있다. 민주당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안이 세대 간 갈등 유발, 소득대체율(수령액)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회의적이다. 여당은 국회 내 연금개혁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특위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먼저 정부가 안을 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인데, 현재 정부안은 구체적인 숫자는 없고 키워드만 던진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