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 만찬 추석 이후로 연기해 놓고 따로 관저 회동
‘친윤’ 인요한·김민전 등 참석…친한계 “만남 자체 몰랐다”
대통령실 “통상적 만남일 뿐” 해명에도 당내선 “이해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 및 중진 의원들과 만찬을 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친한동훈(친한)계 최고위원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민생을 이유로 여당 지도부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해놓고 비한동훈(비한)계만 불러 만찬을 한 것은 한동훈 대표 측을 배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도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수도권 중진 의원이 어제 오후에 ‘번개’를 요청하셔서 몇몇 의원들과 2시간 정도 대통령께서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하셨다”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윤상현 의원으로, 이 자리에는 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 등 4~5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 최고위원은 의료개혁과 관련해 상세한 의료계 상황을 말했고 윤 대통령은 경청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응급의료진에 대한 보상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통상적인 만남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비공개로 의원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정치인들과 모임을 자주 하며 민심 청취 등 많은 이야기를 들으신다”며 “일대일로도 하시고 여러 명과 식사도 하시고 차도 마시며 자주 소통하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은 “추석 이후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참석자 면면을 보면 비한계로만 구성돼 있어 한 대표 측 배제로도 읽힌다. 인·김 최고위원 등은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된다. 윤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진 않지만 윤 대통령과 오래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고,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던 비한계로 분류된다. 친한계인 장동혁·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과 한 대표는 만남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친한계를 배제한 모임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지구당 부활 관련 토론회 직후 기자들이 ‘전날 만찬에 대해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제가 모르는 내용이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순히 ‘번개’, 술자리 아니냐”면서도 “시댁 식구들하고 사이 안 좋은 것을 뻔히 아는데 친정 식구랑 밥 먹었다고 뭐라고 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석 이후로 만찬을 미룬 대통령실의 해명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표와 만찬 회동 예정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28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추석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 먹는 모습 보이기보다는 민생대책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지도부 식사는 추석연휴 끝나고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비한계 인사들과 만찬을 한 것이 공개되면서 이 해명은 옹색해졌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좋게 해석을 한다면 대통령실에서 다양하게 의견 청취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 조금 삐딱하게 본다면 추석 이전에 하는 것을 추석 이후로 옮겨놓고서 추석 이전에 왜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일부만 불러서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대통령실에서 일정 조율을 잘해서 만남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