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의혹만 더 키우고 1년8개월 만에 결론

2024.09.12 18:58 입력 2024.09.13 11:15 수정

서울 용산구의 대통령 관저. 문재원 기자

서울 용산구의 대통령 관저. 문재원 기자

감사원이 12일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가 청구된지 1년8개월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관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경호처 간부의 비위로 인해 16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업체가 관저 공사 업체로 선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담당자의 진술만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등은 “면죄부를 줬다”, “맹탕 감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감사는 참여연대와 시민 723명이 2022년 10월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비용 사용 관련 불법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핵심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결정 과정에서 직권남용이 있었는지, 대통령실·관저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 결정에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국방부도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전계획을 보고해 반대의견이 묵살되었다고 볼만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감사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대통령실·관저 공사 과정과 관련해서 제기된 의혹은 김 여사가 대표를 맡았던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업체들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관저 공사를 총괄한 인테리어업체 ‘21그램’은 김 여사가 기획한 자코메티전과 르 코르뷔지에전의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곳이어서 논란이 됐다. 21그램 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한 바 있어서 김 여사가 21그램을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감사원은 업체 선정과 관련해 “당시 인수위에서 내부 관계자와 경호처 등으로부터 업체들을 추천받아 선정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누가 내부 추천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관저 이전을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 21그램 선정 과정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면서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김 전 비서관은 “21그램을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어서 그분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업체의 보안유지 가능성을 판단했다”면서도 “(누가 추천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감사는 여기서 멈췄다. 김 여사에 대한 확인 절차도 없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조사과정에서) 여사님이 언급된 적이 없어서 서면 질의를 보내거나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감사 결과 21그램 계약건만 아니라 대통령실·관저 관련 모든 공사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가계약법 제7조 제1항 등 법령상 관저는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해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공사 업체들이 대통령실, 관저 같은 핵심적인 국가시설 공사를 맡을 정도의 시공능력이 있느냐는 의문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1그램은 전시회, 카페, 아파트 등의 리모델링 공사를 주로 하는 직원 8명 남짓의 소규모 업체다. 관저 공사 과정에서 전기를 무단으로 끌어다쓰다 한국전력에 적발되는 촌극도 벌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시공능력에 대해서는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시공 실적이 적다고 해서 위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로 관저 공사에 무자격 업체가 무더기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내건축공사 면허만 있었던 21그램은 기계·설비 등 공사를 위해 18개 업체에 하도급을 맡겼는데 그중 15개 업체가 관련 공사업이 없는 무자격 업체인 것으로 드러나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드레스룸, 사우나 불법 증축 의혹과 관련해서는 증축 공사를 할수 없는 업체(실내건축공사업체)가 공사를 수행해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공사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도면도 제출받지 않아 준공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공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에 주의 요구를 통보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관저 이전을 총괄한 김 전 비서관은 이미 퇴직해 징계는 불가능한만큼 인사혁신처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해 추후 인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김 전 비서관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공모한 상태다.

또한 방탄 창호 설치 공사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간부 A씨가 친분이 깊던 브로커 B씨를 실질적 사업 관리자로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B씨는 비용을 부풀려 총사업 금액 20억4000만원 중 15억7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비용은 4억7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A씨에 대한 징계처분(파면)을 경호처에 요구했고,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감사 기간을 연장하며 시간을 끌다가 결국 봐주기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며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혹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이전 의사결정 과정 감사 결과와 관련해 “사실상 감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이 내놓은 소명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관저 공사 업체 선정과 관련해서는 “의혹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맹탕 감사”였다며 “김 여사 관련 문제제기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국민적 의혹에 전혀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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