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병사 급식단가를 동결하고 간식비는 줄이고 국군의날과 명절에 지급되는 특식은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잘 먹어야 전투력이 생긴다”고 했지만 정부의 예산 집행 실상은 거꾸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병사 기본급식 사업의 세부 변동내역 등을 국방부로부터 받아 이날 공개했다. 앞서 국방부는 내년 급식 및 피복 예산을 올해보다 1008억원 줄인 2조5294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예산이 줄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자료를 보면 국방부는 병사들의 먹을거리와 관련된 여러 명목의 예산들을 동결하거나 감축했다. 물가 인상을 따라잡지 못해 인상이 요구된 기본급식비 단가는 1인당 1만3000원(한 끼 4333원)으로 3년째 동결했으며, 물자호송병 등 영외 병사들의 식사 지원을 위한 매식비 예산도 단가 7000원으로 동결했다. 물가 인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매식비 예산은 병사들의 자비 부담으로 이어져 문제가 된 바 있다.
영내 병사들에게 지급되던 증식(간식)비 단가는 4000원에서 3000원으로 줄였다. 국군의날과 설날, 추석에 나오던 단가 3000원의 경축일특식(간식) 예산은 내년부터 아예 없애기로 했다. 병사들의 경축일 특식은 과거 교도소 재소자들보다도 횟수가 적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 아예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방부는 전체적인 급식 예산 감소 배경으로 병 봉급 인상과 병력 자원 감소 등의 추세를 들었다. 하지만 부실 급식을 불러올 수 있는 저렴한 단가를 동결하는 등 전체적인 예산 부족을 병사들의 먹을거리 지원 축소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난달 전방 부대를 찾아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기는 법”이라며 격오지에 있는 부대들에게 통조림이나 전투식량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군 미필자라 현장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의 답변 자료에 따르면 군은 전투식량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도록 훈련 시 순환급식으로 소비하고 있었으며, 사용량은 최근 3년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전시 등을 대비한 비축률을 맞추면 되는 것이고, 전투식량을 평시 병사들에게 든든하게 먹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병사들에 대한 통조림 제공과 관련해서는 “대용량 통조림을 구매해 조리 시 식재료로 활용하는 경우는 있으나, 2021년 이후 통조림을 장병 개인에게 급식으로 제공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통조림을 전투식량 대체품으로 활용한 사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지급되지도 않는 통조림, 비상시에만 먹는 비상식량을 많이 지급하라는 지시는 국군통수권자의 무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한 초급간부 수당이나, 장병 급식 예산마저 삭감하고 있다. 장병 복지를 입으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산 증액으로 군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