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 쿠페 소비자가 2억5천만원 육박
2200여만원 탈세 의심 정황 드러나
8000만원 이하 신고 수입차 6290대
차보험 가입자 바꿔치기 수법까지
법인차량의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해 8000만원 이하로 자동차 출고가를 낮게 신고하거나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바꿔치기하는 등 각종 회피 꼼수가 등장했다. 이 수법들로 인한 탈세 추정 정황도 드러났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월~6월) 등록된 법인차 중 수입차는 4만7242대로 집계됐는데 8000만원 이상 승용·승합차는 1만8898대다. 이 가운데 차량가액을 8000만원 이하로 일반 소비자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량 수는 6290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 상반기 등록된 차량은 모두 신차로, 법인이 최초취득가를 신고한 것이다.
A법인이 취득가 5690만9091원으로 신고한 BMW ‘M8 쿠페 컴페티션’은 지난 6일 기준 차량 판매사이트에 2억4940만원으로 나타나 있다. 기본가에 차량을 구매했을 경우 내야 할 세금 추산액은 3008만3000원이지만, 구매가액을 낮게 신고한 A법인의 세금 추산액은 762만5817원이다. 2200여만원의 세금을 덜 낸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상 자동차 등록을 ‘신고제’로 하고 있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구매자는 차를 등록할 때 제조사가 만들어 발급한 차량제작증에 적힌 ‘자동차 출고(취득) 가격’을 신고하면 그대로 반영된다.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바꿔치기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차량 등록 시 차대번호로 가입된 개인보험 가입증명서를 제출해 개인차량인 것처럼 속여 일반 번호판을 발급받고, 법인 명의로 변경하는 수법이다.
차량가액이 8000만원 보다 높은 고가 법인 차량에 대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윤 대통령은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실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김 의원은 “차량 가액을 불러주는 대로 인정하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신종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이 실태에 정부가 대처하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며 “객관적인 차량 가액을 기준으로 꼼수 등록을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차량 등록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