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할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국회 본회의에 오른 특검법안들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차례로 막히자, 특검의 배를 일단 띄우기 위해 ‘차선책’인 상설특검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기존 특검과 함께 상설특검도 추진한다”며 “민주당은 끝장 국감과 쌍끌이 특검으로 구린내가 진동하는 김건희 게이트의 진실을 숨김없이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수사요구안에서 인천세관 직원이 연루된 마약밀반입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등이 부당한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김 여사와 4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확인된 주가조작 브로커 이종호씨가 연루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을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또 국회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불출석한 사건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김건희 특검법’이 수사대상으로 삼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다른 의혹들을 제외한 것과 관련해서는 “다른 의혹들은 기존 특검법에 다 들어가 있고, 이들 법안은 당에서 또다시 추진할 계획”이라며 “상설특검에선 기존에 들어가지 않은 의혹들을 다루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이날 제출한 수사요구안은 기존에 추진한 김건희 특검법과 달리 이미 정부가 공포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기에 거부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상설특검은 다만 인력과 수사 기간이 개별 특검에 비해 제한적인 문제가 있다. 특검후보추천위원회도 법무부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추천 4인으로 정해져 있어 정부·여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에 민주당은 대통령 본인이나 친인척에 대한 수사의 경우, 국회가 추천하는 4인 중 여당의 몫을 제외하는 내용의 ‘특검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추천하는 이가 위원이 되면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민주당의 이번 상설특검 추진은 특검법 발의와 무산이 반복되는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수사력에 한계가 있어도 특검을 일단 출발시키는 것이 여론 결집을 위해 낫다는 판단이다. 규모가 제한적인 상설특검의 특성을 감안해 수사 범위는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국감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설특검은 수사 인력이 적고 기간이 짧지만 (기존 특검법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또 (증인들이) 국감 등에 출석하지 않을 때 동행명령이 발동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경고성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상설특검 추진을 두고 “야당 직속의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2014년 민주당이 주도해 여야 합의로 제정한 현행 규칙을 갑자기 바꾸겠다는 것은 정치적 속셈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며 “민생에 집중해야 할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기간에 당 대표 방탄을 위해 국회 규칙 개정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해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드는 야당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