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황제 관람’ 논란을 빚은 한국정책방송원(KTV)이 지난 6월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주최한 음악회에 용산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TV는 이 행사를 위해 총 7500만원의 수의계약을 두 차례 쪼개기 계약했는데, 계약 추진 공문 결재부터 실제 계약 성사까지 불과 나흘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KTV로부터 제출받은 ‘차별과 편견을 넘어선 힐링 소록도 작은 음악회’ 공연 추진 및 계약 자료들을 보면, KTV는 지난 6월20일 소록도에서 열린 음악회 행사를 위해 두 차례 수의 계약을 맺었다. 이들 계약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의 ‘긴급한 행사’로 간주돼 6월10일 계약 추진 공문이 결재된 지 나흘 만인 같은 달 14일 실제 지출행위(계약)가 이뤄졌다. 공연 예산은 총 7500만원이 소요됐는데, 수의계약 한도인 2000만원과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한도 5500만원으로 쪼개기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도 나타났다.
실제 공연은 이로부터 6일이 지난 6월20일 열렸다. 국립소록도병원 내 복합 문화센터에서 열린 해당 공연에는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악인 신영희를 비롯한 음악인들이 다수 출연했다. 소록도 주민과 의료진 약 50명이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KTV는 음악회를 특집 방송 편성해 같은 달 29일 방영했다.
김 의원은 KTV 내부 제보를 근거로 소록도 음악회가 급조된 배경에 용산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8월13일 의원실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살펴보면, 제보자는 KTV 소록도 행사와 관련해 “2023년 10월31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국악공연과 2024년 6월20일 소록도 작은 음악회 행사의 공통점은 대통령실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과 유례없이 KTV가 1억 가까이 제작비를 지출한 행사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또 소록도 공연에 대해 “김건희 여사 이미지 쇄신을 위해 대통령실 지시로 치러진 행사였다”며 “이날 김건희 여사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여사의 명품백 등 수사 상황과 여론을 고려하여 불참해서 주인공 없이 콘서트가 치러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악공연에 대해선 “대통령 내외 지인들과의 만찬에 유흥을 위한 콘서트였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이달 초 언론 보도를 통해 ‘황제 관람’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국립소록도병원은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7일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고, 최재혁 당시 KTV방송기획관(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동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월 대통령실이 각계 인사에 전달한 설 선물 포장에도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작품이 담겼다.
김윤덕 의원은 “만약 김건희 여사 이미지 쇄신을 위해 쪼개기 수의계약까지 해가며 국민 혈세를 썼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국가계약법상 문제가 없는지, 대통령실 지시가 없었는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