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현 정부 신뢰 못 받아, 이 대표 역할 굉장히 커”
오찬서 국정 난맥 언급…이 대표 ‘외연 확장’ 행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최근의 국정 난맥상을 두고 대화했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윤 전 장관을 통해 정권 비판 여론을 확대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겸해 진행됐다. 윤 전 장관은 ‘여러 상황이 안 좋아 한 번 말씀을 듣고 싶었다’는 이 대표의 말에 “국제 정세나 국내 상황이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곤란하다”고 답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지금 정부가 그렇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이 대표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라 사회 원로들의 말씀들이 필요하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자 윤 전 장관은 “정권을 책임진 분들도 그렇고, 요즘 시대가 나이먹은 사람 얘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 시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 전 장관은 국정 난맥상을 두고 윤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 신뢰도가 낮으니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정 최고책임자가 저러면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인들의 갈등 문제와 관련해선 “뭔가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을 잡아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여야가) 공적인 자리 외엔 만남이 없고 적대적 감정들이 실제 있어 회복이 안되는 것 같다”며 정치 실종에 대한 고민을 언급했다. 윤 전 장관은 “그것이 결국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에 절대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수 여당인데 다수당과 대화를 그렇게 안하는 건 민주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도 절대 득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난맥을 풀기 위해 여야 대표가 신속히 만나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윤 전 장관도 그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만나야 된다”라며 “상황이 나쁘고 서로 껄끄러울수록 만나서 문제들을 드러내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 대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께서 어렵겠지만 자주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와 윤 전 장관의 만남을 “외연 확장 행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윤 전 장관을 통해 보수 진영 내부의 정권 비판 여론을 환기하고, 이 대표 본인의 지지층 외연도 넓히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최근 보수 원로로 꼽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잇달아 만나는 등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왔다. 다음달 11일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만나 현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