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레드라인 넘었다’ 판단에 초강수…더 불안해진 한반도

2024.06.20 21:09 입력 2024.06.20 21:45 수정

‘우크라전 무기 지원 재검토’ 카드 꺼낸 배경은

<b>푸틴 배웅하는 김 위원장</b>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다음 순방지인 베트남으로 향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푸틴 배웅하는 김 위원장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다음 순방지인 베트남으로 향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군사기술 협력 공개 언급에 유감” 성명 ‘강 대 강’ 맞서
지원 현실화 가능성은 적어…러 수출 통제품목도 추가

정부가 20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배경에는 북·러 조약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북·러가 상호 군사지원 약속으로 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한국도 기존의 선을 넘겠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실제 살상 무기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유동적이다. 하지만 북·러와 한국 정부가 강 대 강으로 부딪치면서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고 한반도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북·러가 전날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데 대해 정부 성명을 내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와 함께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하는 군사기술 협력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엄중하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엄중한 대응의 구체적인 방식은 대통령실이 내놨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한·러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지뢰 제거장비·구급차 같은 비살상 물품만 지원했다. 기존 방침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고 열어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구상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살상 무기가 아니더라도 그간 러시아의 반발을 고려해 지원하지 않았던 품목들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행되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품목을 243개 추가로 지정했다.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은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넘지 않는 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격력 살상 무기는 어디에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그런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임하고 있다”고 이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 도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뒤에도 정부는 ‘무기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가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은 북·러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이자 추가 움직임을 막는 압박용 카드로 해석된다. 장 실장은 지난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을 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 결과가 수사에 그치는지, 실체가 있는지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기 지원 방식에 대해선 “무기 지원은 여러 가지 옵션이 있고 살상이냐 비살상이냐에 따라서 다르게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방법도 있다”며 “러시아가 차차 알게 하는 게 흥미진진하고 (러시아에) 더 압박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정부는 외교부 차원에서 북·러 조약에 대한 입장을 낼 방침이었지만, 실제 공개된 조약 문건을 보고 대통령실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부가 실제 무기 지원까지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러시아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꺼내들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 큰 위험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의 무기 지원 재검토 발표에 대해 “1차 레드라인이 뚫려서 2차 레드라인을 만든 것”이라며 “실제로 이용한다기보다는 엎질러진 물이 번져가지 않도록 막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반면 익명의 러시아 전문가는 “정부는 재검토를 통해 압박하겠다는 건데 압박이 안 될 것”이라며 “우리가 압박할 만한 무기를 지원하기 어렵고, 다른 나라가 더한 무기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무기 지원을 해도) 러시아가 압박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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