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조사 필요했던 수사팀, ‘비공개’ 절충안 택한 듯
‘도이치 주가조작’ 고발 4년 만에…‘늑장 수사’ 비판
명품가방 수수 관련 최재영 청탁 내용·경위 등 물어
서울중앙지검이 휴일인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서울 종로구의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비공개 대면조사한 뒤 사후 공지한 것은 공개 소환조사를 완강히 거부한 김 여사 측 입장과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선 김 여사 대면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수사팀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현직 대통령 부인 중 첫 검찰 대면조사를 받은 김 여사는 “경호와 안전상 이유”를 든 검찰 배려로 포토라인에 서는 일은 피했다.
김 여사는 20일 오후부터 21일 새벽까지 총 11시간50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가방 수수 사건 관련 조사를 한 번에 받았다. 주가조작은 2020년 4월 고발당한 지 4년3개월 만, 명품가방 수수는 지난해 12월 고발된 지 7개월 만이다. 김 여사는 앞서 두 차례 검찰의 주가조작 관련 서면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고, 검찰의 대면조사 시도에도 응하지 않았다. 야권 등 비판이 계속되고 부정적 여론 강도가 높아지자 이제야 조사에 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가 심야조사에 동의하고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만큼 추가 대면조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재판에 넘겨진다면, 그 가능성이 큰 사건은 주가조작 혐의 건이다. 검찰은 특히 이번 조사에서 김 여사가 자신 명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주가조작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김 여사 계좌 최소 3개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계좌 최소 1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1심에서 김 여사와 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약 23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의견서를 냈다.
검찰이 이 사건 전주 가운데 유일하게 기소한 손모씨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심 법원은 다른 피고인들과 공동으로 시세조종에 나섰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 이유를 들며 이같이 판단했다. 다만 1심 법원은 손씨가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봤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고, 같은 전주인 김 여사와 최씨에게도 방조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손씨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일은 오는 9월12일이다.
검찰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미등록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모씨와의 관계도 추궁했을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된 이씨 회사 컴퓨터에서는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이 나왔는데, 여기엔 김 여사 주식 현황과 계좌 내역 등이 정리돼 있었다. 법원은 김 여사 명의 계좌를 이씨 또는 회사 임원이 직접 운용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이씨를 알게 된 계기, 이씨에게 계좌를 맡긴 이유 등을 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씨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최재영 목사로부터 가방을 받은 경위와 최 목사가 청탁한 내용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에게 가방을 받은 사실을 알렸는지도 질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최 목사로부터 받은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고,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가방 반환을 지시했으나 해당 행정관이 이를 잊어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