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방조 혐의’ 인정 관건은?

2024.09.18 17:11 입력 2024.09.18 18:17 수정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 자살 방지를 위해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설치된 시설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 자살 방지를 위해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설치된 시설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 ‘전주’ 손모씨가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이 김 여사를 같은 혐의로 기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통화 녹취록을 판결문에 담으면서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을 인지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를 밝혀내는지가 김 여사 기소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18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가 지난 12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해 선고한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봤더니, 김 여사 이름이 80번 넘게 등장했다. 1심 판결문에 37번 등장했던 데 비해 2배가 넘는다. 항소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여사 계좌 3개와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 계좌 1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실린 김 여사와 증권사 담당자의 통화 녹취록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정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2010년 10월28일 통화에서 대신증권 담당자가 “10만주 냈고” “그거 누가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김 여사는 “아, 체결됐죠”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담당자가 “예. 토러스 이쪽에서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김 여사는 “그럼 얼마 남은 거죠?”라고 물었고, 담당자가 “이제 8만개 남은 거죠”라고 하자 김 여사는 “아니, 나머지 금액이 어떻게 되냐고요. 지금 판 금액이요”라고 물었다.

같은 해 11월1일 통화 녹취록에선 대신증권 담당자가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주 다 매도됐습니다”라고 하자 김 여사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주가조작 일당 간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등 문자 메시지가 오간 직후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가 3300원에 매도 주문이 나왔다. 통화는 이 거래 직후 이뤄진 것이다.

항소심 판결문엔 공소시효를 넘긴 시점인 2010년 1월25일과 1월26일의 통화 녹취록도 실려있다. 김 여사는 1월25일 신한투자증권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말했다. 1월26일에는 담당자가 “지금 2440원까지 8000주 샀고요 추가로”라고 하자 김 여사가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라고 했다. 담당자가 “네네. 추가로 2440원까지 그렇게 사겠습니다”라고 하자 김 여사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 녹취록을 권 전 회장 유죄 입증 근거로 삼으면서 “권 전 회장 등의 의사관여 하에 거래가 이뤄지고, 증권사 담당자는 그 지시에 따라 주문 제출만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권 전 회장 측 주장처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거래를 맡겨뒀거나 증권사 직원이 독자 판단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라, 김 여사 계좌가 권 전 회장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됐다고 본 것이다.

녹취록에 나오는 “체결됐죠”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등의 말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 행위를 당시 알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이 녹취록 등을 두고 “권 전 회장과 김 여사 사이에 의사연락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판결문은 김 여사에 대해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투자자로 권 전 회장의 지인”이라고 명시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와 최씨가 오랜 기간 권 전 회장과 인연을 맺어온 점을 들어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거란 의혹을 제기한다. 김 여사와 최씨는 해당 주가조작으로 인해 23억원가량 이익을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검찰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손씨와 김 여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씨가 주가조작 일당과 직접 연락을 주고 받았고, 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직접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지금까지 이뤄진 검찰 수사에선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시세조종 관련 연락을 주고받은 증거는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은 주가조작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만으로도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김 여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시세조종 사실을 알았는지가 김 여사 기소 및 유죄 여부 판단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의 시세조종 작업을 알고도 계좌·자금을 제공했다면 손씨처럼 방조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검찰 수사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있다.

항소심서 유죄가 선고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고인 9명 중 2명이 선고 이튿날인 지난 13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권 전 회장과 손씨 등은 이날까지 상고하지 않았다. 상고 기한은 오는 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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