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비행기인가, 로켓인가…신개념 우주 수송수단 등장

2023.04.09 08:00

뉴질랜드 우주항공기업 던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마크-2 오로라’가 지난달 말 뉴질랜드 글렌테너 비행장에서 시행된 시험 비행에서 이륙하고 있다. 던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뉴질랜드 우주항공기업 던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마크-2 오로라’가 지난달 말 뉴질랜드 글렌테너 비행장에서 시행된 시험 비행에서 이륙하고 있다. 던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던 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진이 지난달 말 ‘마크-2 오로라’의 시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마크-2 오로라는 길이 4.8m로, 향후 이 회사는 기체의 길이를 크게 키운 ‘마크-3’도 만들 계획이다. 던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던 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진이 지난달 말 ‘마크-2 오로라’의 시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마크-2 오로라는 길이 4.8m로, 향후 이 회사는 기체의 길이를 크게 키운 ‘마크-3’도 만들 계획이다. 던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활주로에서 좁고 긴 동체 좌우에 삼각날개가 달린 비행기 한 대가 이륙을 기다린다. 길이는 4.8m로 중형차와 비슷하다.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기(드론)이다. 시동이 걸리자 꽁무니에 달린 엔진에서 으르렁거리는 굉음이 뿜어져 나온다. 불그스름한 불꽃이 분사되더니 비행기는 이내 활주로를 빠르게 내달린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비행기는 자세를 좌우로 기울여 가며 여유 있게 하늘을 난다. 순항을 마친 비행기는 속도를 서서히 줄이더니 이륙했던 활주로로 돌아와 사뿐히 착륙한다.

이 모습은 뉴질랜드 우주항공기업인 던 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주 공개한 동영상이다. 동영상 속 비행기의 이름은 이 회사가 만든 ‘마크-2 오로라’이다. 뉴질랜드의 글렌테너 비행장에서 시험 비행에 성공하는 장면이다.

마크-2 오로라는 완전히 새로운 우주 발사체를 목표로 한다. 덩치를 지금보다 키운 뒤 지구 저궤도로 인공위성을 날려 보내는 데 쓰일 예정이다. 비행기처럼 날아올라 위성을 보낸 뒤 비행기처럼 돌아오는 ‘물건’은 인류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운송 수단이다. 최대 1000번이나 재사용할 수 있어 발사 비용을 낮추는 ‘특효약’이 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우주 경계’ 고도 100㎞ 목표
마크-2 오로라는 지난달 29~31일 총 3차례 시험 비행했다. 최고 고도 1830m를 달성했다. 마크-2 오로라는 앞으로 비행을 반복해 고도를 100㎞까지 높일 계획이다. 고도 100㎞는 과학계가 지구 밖 우주의 시작점이라고 보는 ‘카르만 라인’이다.

마크-2 오로라가 이렇게 높이 비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엔진 때문이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비행기이지만, 로켓 엔진을 달았다. 로켓 엔진은 대기권을 벗어나 지구 궤도로 위성을 올리거나 다른 천체로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동력원이다. 연료를 태우기 위한 산화제를 동체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투입하는 데 성공한 한국의 누리호나 달 근처로 우주선을 보낸 미국의 ‘우주발사시스템(SLS)’이 모두 로켓 엔진을 쓴다.

로켓 엔진을 장착한 것은 같지만, 마크-2 오로라는 일반적인 발사체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일단 이륙 방식이 다르다. 마크-2 오로라는 활주로를 달려 속도를 높인 뒤 양력을 발생시켜 하늘로 날아오른다. 반면 일반적인 우주 발사체는 책상에 꽂힌 압정처럼 하늘을 향해 곧추서 있다가 이륙한다.

착륙도 다르다. 마크-2 오로라는 보통의 비행기처럼 바퀴를 내린 채 활주로에 천천히 접근해 지면에 착지하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일반적인 발사체는 내부에 탑재한 연료를 모두 태운 뒤 바다나 우주 공간에 투기된다.

■여객기처럼 반복해 사용
마크-2 오로라의 가치는 이런 이·착륙 방식과 관계가 깊다. 마크-2 오로라는 임무를 마치면 비행장으로 귀환한다. 기본적인 정비를 마친 뒤 재사용한다. 보통의 여객기나 전투기처럼 운영된다는 뜻이다.

반면 현재의 우주 발사체는 1회용이다. 막 인수 받은 새 차를 딱 한 번 사용한 뒤 폐차시키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비용 소모가 많다. 지구 저궤도에 1㎏짜리 물체를 올리는 데 유럽의 아리안 5호로는 8900달러(1170만원), 미국 아틀라스V로는 1만3400달러(1760만원)가 드는 이유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유일하게 재사용 발사체를 상용화해 비용을 크게 낮췄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으로는 2700달러(350만원)면 된다. 재사용 발사체는 기술적인 난이도와 장벽이 높아 아직 발사체 시장 전반에 확산되지는 못했다.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마크-2 오로라를 바탕으로 향후 ‘마크-3’라는 대형 기체를 만들어 재사용 발사체의 기술적인 장벽을 돌파할 계획이다. 마크-3는 길이가 22m로, 마크-2 오로라(4.8m)보다 5배 가까이 길다.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고도는 둘 다 100㎞이지만, 마크-3는 250㎏짜리 인공위성을 실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 정도 중량의 위성이면 웬만한 과학 탐사와 관측 임무를 해낼 수 있다. 5㎏짜리 물체를 싣도록 만들어진 마크-2 오로라보다 운송 능력이 훨씬 낫다.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설명자료를 통해 “마크-3는 전체 부품의 96%를 재사용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3 한 대당 100~1000회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예상했다. 발사 횟수가 많고, 부품 재사용 비중이 높으면 발사 비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마크-3는 비행기처럼 뜨고 내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발사체처럼 많은 돈을 들여 발사장을 따로 만들고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기왕 있는 공항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설명자료를 통해 “동일한 기체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뜨고 내리며 우주에 가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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