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잭먼 CEO 등 2명 고도 700㎞서 ‘두둥실’
1965년부터 정부기관 소속만 유영 기록 깨져
민간인이 역사상 최초로 우주복을 입고 지구 궤도를 떠다니는 ‘우주 유영’에 성공했다. 그동안 모든 우주 유영은 정부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들만 했다. 우주 개발의 중심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 기업 스페이스X는 우주 임무인 ‘폴라리스 던’을 수행 중인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유영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폴라리스 던은 미국 전자결제업체 ‘시프트4페이먼트’의 재러드 아이잭먼 최고경영자(CEO) 등 민간인 우주비행사 4명이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타고 5일 동안 지구 궤도에 갔다가 지상으로 돌아오는 임무다. 지난 10일 시작됐다.
이날 우주 유영은 우주비행사 4명 가운데 아이잭먼 CEO 등 2명이 수행했다. 유영을 위한 절차는 이날 오전 6시13분(한국시간 오후 7시13분) 우주복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먼저 유영에 나선 아이잭먼 CEO가 크루 드래건 해치를 열고 우주로 나간 것은 이날 오전 6시51분(한국시간 오후 7시51분)이었다. 이때 고도는 약 740㎞였다. 우주비행사 2명의 유영에는 총 20여분이 걸렸다.
우주 유영 장면은 스페이스X 회사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우주비행사 2명은 스페이스X가 개발한 선외 활동 우주복을 입은 채 크루 드래건 밖으로 서서히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몸에 연결된 기다란 줄에 의지한 채 해치 밖에 서서 지구와 검은 우주를 바라보며 몸이 둥둥 뜨는 무중력을 체험했다. 다만 발이 완전히 떨어질 만큼 크루 드래건에서 멀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우주 유영이 주목받은 것은 ‘민간인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기 때문이다. 인류 첫 우주 유영은 1965년 소련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해냈다. 그 뒤 세계 각국에서 총 200여명이 우주 유영을 했다. 그런데 이들 모두 정부기관 소속이었다. 이번에 민간인이 처음 우주 유영을 하면서 우주 개발의 주체가 기업 등 민간 부문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우주 유영에 사용된 선외 우주복은 스페이스X가 개발했다. 가장 큰 특징은 얇은 두께다. NASA 등에서 쓰는 선외 우주복은 솜이불을 두른 것처럼 두껍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선보인 우주복은 특수 기술을 사용해 봄가을 옷을 연상케 할 정도로 얇게 만들었다. 우주비행사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
민간인 최초의 우주 유영 외에 폴라리스 던의 또 다른 목표는 1960~1970년대 달에 간 우주비행사들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멀어지는 일이었다. 우주비행사들을 태운 크루 드래건을 고도 1400㎞까지 상승시키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는 지구에서 발사된 지 약 16시간 만인 전날 달성됐다. 폴라리스 던 우주비행사들은 총 36가지 과학 실험을 마친 뒤 오는 15일 지구로 귀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