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저널클럽
독자들께서는 지금 어떤 신체 상태에서 이 글을 읽으실지 궁금하다. 일요일 늦은 시각 인터넷에서라면 나른하거나 가벼운 허기를, 월요일 아침 신문 지면에서라면 출근을 서두르며 다소 괴로운 마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은 심박수나 체온, 감염 여부, 혈당수치, 혈액 농도와 같이 우리 몸의 생리학적 상태를 감지하는 것인데, 목마름과 같이 우리가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다.
내수용 감각은 사람이 현재의 만족감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 흔히 감각을 언급할 때 말하는 시각과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즉 오감은 ‘외수용 감각(exteroception)’이라고 부른다는 점과 대비하면 쉽게 와닿는다. 내수용 감각은 ‘섬피질’이라고 부르는 두뇌 양 측면의 영역에서 담당하는데, 오감을 처리하는 신경 정보가 모이는 장소다. 내수용 감각을 처리하는 ‘허브’인 셈이다.
내수용 감각이 섬피질의 신경세포 수준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브래드퍼드 로웰 교수와 마크 앤더먼 교수 연구진은 갈증을 느끼는 생쥐가 물을 마시는 동안에 섬피질의 신경세포 반응을 연구했다. 이를 위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목마른 생쥐의 두뇌를 ‘이광자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이 기법은 적외선을 1000조분의 1초 간격으로 두 번 쪼여서 뇌 깊숙한 곳에 있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손상 없이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생쥐가 물을 먹기 위해서는 간단한 문제를 맞혀야 했는데 화면에 가로줄무늬가 나타나면 보상으로 보통 물이 나오고, 세로줄무늬가 나오면 아주 짠 소금물이 나오는 식이다. 생쥐는 똑똑한 동물이라 가로와 세로 줄무늬의 차이를 파악하고, 대부분 가로줄무늬가 나올 때만 물통을 핥아 물을 마셨다. 동시에 연구진은 이광자 현미경으로 섬피질 신경세포들의 활성을 분석했다. 섬피질에는 줄무늬 패턴에 반응하는 세포, 물통을 핥을 때 반응하는 세포, 실제로 물을 먹었을 때 반응하는 세포들이 섞여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런 반응성은 목이 마른 상황에서만 나타나고, 동물이 충분히 물을 마신 후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줄무늬 영상 따위를 보지 않더라도 갈증에 관한 내수용 감각 정보는 두뇌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논문 저자들은 문제를 풀지 않는 시간 동안 생쥐 섬피질 활동을 분석했다. 동물을 이용한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흔히 특정 행동을 시키거나 상황을 주고서 신경세포 반응을 연구하기에 가만히 있는 동물의 신경세포 분석은 색다른 시도다. 멍하게 있는 사람의 두뇌 분석과 비슷하다.
결과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목마른 생쥐의 섬피질에서는 자극이나 행동과 상관없이 강한 활성을 보이는 신경세포가 관찰됐다. 생쥐가 물을 마시면 이 세포의 활성이 점차 줄어들고, 주변의 다른 신경세포 활성이 증가했다. 가만히 있을 때는 동물의 상태에 따라 활성을 달리하는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들이 존재하고, 특정 행동을 시작하면 이들 신경세포가 주어진 자극이나 활동에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갈증 상태에 따른 신경세포의 활성 변화는 실제 갈증이 해소되는 것보다 빨리 움직였다. 물이 나올 것을 알려주는 가로줄무늬를 보거나 혹은 처음 한 방울의 물만 맛보더라도 이미 섬피질 세포들은 갈증 해소를 향해 움직였다. 우리가 목이 탈 때 한 모금의 물만 먹더라도 훨씬 나은 기분을 당장 느끼는 것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섬피질에서 내수용 감각 처리 과정뿐 아니라 다양한 감각 정보 처리 과정에서 신경세포의 반응 양상이 실제 감각 자극의 변화보다 앞서 움직인다고 최근 여러 연구들은 제시한다. 신경세포가 외부 자극에 반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자, 이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예측적 처리 과정을 직접 음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