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희 교수 “활용도 다양한 수소, 화석연료 전체 대체 가능”

2021.10.09 13:36 입력 2021.10.09 19:13 수정

김창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가 10월 6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김창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가 10월 6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지난 10월 5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2.9도로 1907년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상기온은 예삿일이 됐다. 기후위기 대응은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생존을 위한 일이 됐다. 핵심은 탄소 줄이기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를 줄이는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확충될수록 변동성을 완화할 에너지 저장장치로서 수소의 가치가 커진다. 수소는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 공정의 열원과 수송 분야의 추진제로 쓸 수도 있다. 수소는 자연 상태에선 대부분 화합물로 존재해 쉽게 구하기 어렵다. 물과 천연가스, 석탄 등에 포함된 수소를 대량으로, 탄소배출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뽑아내야 한다. 수전해(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것) 연구 전문가인 김창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수소경제로 가기 위해선 수소 생산 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장에서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그를 지난 10월 6일 전남 나주에서 만났다.

-수전해 연구를 20년 가까이 끌고 왔다.

“2004년 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입사할 때 주어진 임무였다. 당시 몇분이 수전해 연구를 했지만 다 은퇴했고, 혼자 하다 보니 시간을 더 들일 수밖에 없었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수소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유럽이 모든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도입을 추진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당시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워낙 낮아 연구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2015년 기회가 왔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원천기술과장님에게 ‘우리가 너무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 설득하고 설명하니 필요한 기술이라면서 과제를 열었다. 그 과제를 계기로 여러 연구진이 수전해 기술과 액상유기수소저장체(LOHC)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수소 로드맵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풀도 이때 만들어졌다.”

-수소경제가 부상하던 2년 전과 비교해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나.

“그때만 해도 일반의 관심은 수소연료전지에 조금 국한됐는데 지금은 관심사가 많이 확장됐다.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하루하루 굉장히 다양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수소를 에너지원의 하나가 아니라 경제 축으로서 밸류체인 전체를 다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소발전 부분만 아니라 저장 등 세밀한 부분에까지 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고, 기술의 연구개발을 넘어 산업화 측면에 많은 관심을 두고 지원해 상당히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수소 생산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데.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개질수소 연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수소) 충전소용 개질기술에서는 우리 중소기업이 일본 오사카가스의 기술을 앞서고 있다. 지금은 버스나 화물용으로 충전소 용량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수전해는 연구가 좀 약했는데 그래도 2015년 과제로 어느 정도 투자를 했다. 예산과 인원 규모에서 크다고 할 수 없었지만, 이 과제를 계기로 수전해 스택(물이 전기분해돼 수소가 생산되는 핵심 장치)과 소재 부분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해외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해외는 규모를 키워 상용화 단계까지 왔다. 우리도 원천기술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잡을 거라 기대한다.”

김창희 교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있을 때 물을 전기분해해 최대 84%의 효율로 시간당 2Nm³(노르말 세제곱미터·1Nm³는 0℃·1기압에서 1m³)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10kW급 알칼라인 수전해 스택’ 개발을 이끌었다.

-수전해 장치의 효율과 함께 전력 부하 변동을 버티는 내구성도 중요하다고 들었다.

“재생에너지를 연결하지 않을 때는 효율이 가장 중요했다. 안정적인 전력에 연결할 때는 전기를 최대한 적게 써서 수소를 많이 생산하는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방점(1세대)을 뒀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2세대)의 경우 간헐적인 재생에너지원과 연결할 때 안전성, 안정성과 함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전해 장치가 (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력변환장치나 배터리 저장장치 없이 변동성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개발의 최종 목표이다. 이 부분은 해외도 완벽하게 성공을 못했다. 우린 늦었지만 좋은 결과를 조금씩 내고 있다.”

-수소경제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을까.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경제와 사회를 모두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의 일부분이라면 수소는 발전은 물론 가스 형태로 여러 운송수단과 산업 공정에 활용하면서 화석연료 전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저장할 때 수소의 장점은.

“배터리에 저장할 경우 용량을 증가시키면 가격이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수소로 저장하면 수전해 장치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저장매체에 따라 가격 증가폭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경제성이 교차하는 지점은 15시간 내외로 그 시간 내에 저장할 때는 배터리가 경제성이 있고 그보다 장기간 저장할 때는 수소가 더 경제성이 있다고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과 겨울의 태양광 발전량이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장기간, 특히 계절 간 저장이 중요해지면 배터리로는 감당할 수 없다. 또한 배터리는 전기로만 쓸 수 있지만 수소는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 전기화로 전환하면서 부족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해외에서 들여올 때도 수소를 에너지 저장매체로 쓸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인 부생수소, 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를 구분해 팔 수 있나.

“그린수소 인증제도를 만들기 위한 산업부 용역 과제가 진행 될 예정이다. 다들 궁금해한다. 어디까지 그린수소로 볼 수 있을지. 가령 재생에너지 부하변동으로 수전해 장치가 가동을 멈추면 수소와 산소가 막을 통해 이동하면서 상대 전극을 훼손하면서 수명을 줄인다. 그래서 초기에는 그리드 전력을 조금씩 활용하면서 수전해 장치의 수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이 때 (화석연료 발전이 포함된) 그리드 전기를 따올 경우 어느 정도의 그린수소로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의 양은.

“2025년 시점에서 30% 정도의 잉여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과 덴마크는 재생에너지가 남아돌 때 주변 국가로 잉여전력을 보내는데 그래도 남아 수전해를 개발하고 있다. 고립된 섬과 같은 우리나라에선 주고받을 데가 없으니 수전해 기술개발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의 20% 정도로 수전해 설비를 설치하면 운영률(하루 중 가동시간)을 50% 정도 확보해 수소를 경제성 있게 뽑아낼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충과 수소 생산이 맞물려 있다.

“기술개발을 위해 우선 부생·추출 수소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로 가야 한다. 원자력이 답이 되면 좋겠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가 크고, 한번 사고가 났을 때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 있다. 태양광도 주민 수용성에서 걸림돌이 있지만, 건물 옥상 등에 태양광을 최대한 설치하면 많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송전탑을 건설할 필요도 크게 줄어든다. (전기를 많이 쓰는) 도시에서 지붕형 태양광 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김창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가 10월 6일 내년부터 강의와 실험이 진행될 연구동의 전경을 소개하고 있다. 한전이 전남 나주혁신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안에 있다. 주영재 기자

김창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가 10월 6일 내년부터 강의와 실험이 진행될 연구동의 전경을 소개하고 있다. 한전이 전남 나주혁신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안에 있다. 주영재 기자


-수전해 수소의 활용처는.

“지금은 전력 계통과 가스 계통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물론 가스발전으로 가스가 전기가 되긴 하지만 전기가 가스가 된 사례는 없다. 수전해가 유일하다. 앞으로는 수소 가스망과 재생 전력망이 호환돼 전력 생산이 넘칠 때는 수소로 바꿔 가스 배관으로 움직이게 하고, 전력이 부족할 땐 그 수소로 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고 이를 다시 전기로 만드는 과정이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만들어 선풍기에 쓰는 관점에서 보면 어떨가 싶다. 기껏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이걸 다시 전기로 만들 필요가 있냐고 하지만 풍력발전으로 버려지는 전기를 저장해 우리가 필요할 때 (선풍기를 돌려) 쓴다면 조금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연구원에서 교수로 신분이 바꼈다.

“전남 지역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해 연구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재생에너지 단지가 인근에 있어 그린수소 기술을 시험하기 좋다. 전남·전북 지역이 그린수소의 메카로 부상해 수소 생산과 수전해 장비 수출의 중심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앞으로 우리 기업이 이곳에서 수전해 장비의 신뢰성을 검증받고 배에 싣고 수출하는 게 10년 내 가시화하지 않을까. 우리 학생들이 그 기술의 선두주자가 되어 끌고 가도록 하는 게 나의 꿈이다.”

-수소는 미래의 석유일까.

“그것보다 더 크다. 수소는 가스도 되고 전기도 되고, 화석연료 전체를 대체할 수 있다. 화학물질도, 플라스틱을 만들 수도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고 그 옆에 수전해 장치를 놓으면 석유를 시추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에너지 자립에 일조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쓰면서 지구를 병들게 했는데 수소가 지구의 회복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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