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시작하는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에선 독특한 이력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선 아프가니스탄의 기수로 등장했고, 이번 대회는 난민 올림픽팀 기수를 맡은 파르자드 만수리(22)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만수리는 5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태권도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리에서 “내 꿈은 올림픽 챔피언”이라며 “난민팀의 도움으로 계속 훈련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고 말했다.
만수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난민 신분이 됐다. 그는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군 수송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났는데, 그가 착륙한 시각 동료 태권도 선수인 모하메드 잔 술타니는 카불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자살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서글픈 현실에 환멸을 느낄 법한 만수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뛴 것에 대한 자부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내 심장은 여전히 조국을 위해 뛰고 있다”면서 “지금은 11개국 출신 37명으로 구성된 난민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만수리는 자신의 인생이나 마찬가지인 태권도에서 큰 위로를 받고 있다. 자신에게 처음 태권도를 가르쳤던 큰 형을 떠올린 그는 “태권도에선 누구와 싸우는 게 아니라 존중의 가치를 배웠다. 태권도복은 나에게 최고의 옷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다시 참가할 기회를 얻은 그의 첫 목표는 메달이다. 도쿄 올림픽에선 최중량급(+80㎏)에 참가해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대회는 80㎏급으로 체급을 낮추면서 메달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카메룬 출신의 여자 복싱 선수 신디 은감바(25)가 난민팀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된 터라 금메달까지 바라보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만수리가 금메달을 따내려면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의 서건우를 뛰어 넘어야 한다.
만수리는 “서건우와는 오픈 대회에서 한 번 맞붙은 적이 있다. 위대한 선수였다. 올림픽에서 다시 맞붙는다면, 그를 존중하지만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 올림픽 챔피언이 되는 게 나의 꿈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태권도는 7일 남자 58㎏급과 여자 49㎏급을 시작으로 4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곳에서 경기를 치른 것은 처음”이라며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멋진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