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생물학자’ 개브리엘 토머스(27·미국)가 하버드 졸업생 중 최초로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타이틀을 얻었다.
토머스는 7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선에서 21초83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자신이 우상으로 꼽는 2012년 런던 대회 여자 200m 챔피언 앨리슨 필릭스(미국)에 이어 12년 만에 올림픽 육상 여자 200m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로 기록됐다.
여자 1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쥘리앵 앨프리드(세인트루시아)가 22초08로 2위에 올랐고, 브리트니 브라운(미국)이 22초20으로 3위를 차지했다.
토머스는 금메달을 딴 뒤 “드디어 유명한 육상선수가 된 느낌”이라며 “이제서야 진짜 좋은 러너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에 따르면 토머스는 이날 ‘하버드 졸업생 최초의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근대 올림픽 시절 미국의 육상선수였던 제임스 코널리의 경우 하버드 대학 재학 중이던 1896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세단뛰기에서 우승했지만, 졸업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토머스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신경생물학과 국제보건학을 전공해 2019년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2023년에는 텍사스 주립대 건강 과학 센터에서 공중보건학 석사 학위를 땄다. 논문 주제는 ‘수면 장애의 인종적 불평등과 흑인 미국인의 수면 역학 평가’(racial disparities in sleep disorders and evaluates sleep epidemiology among Black Americans)였다.
토머스는 어린 시절 축구를 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좀 빠르다’는 걸 알게됐지만 육상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고등학생이 됐을 때 축구, 농구와 함께 육상 경기에도 나섰지만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선수였다. 본격적으로 단거리 달리기를 한 건 하버드 대학 입학 뒤였다. 기록이 빠르게 줄었지만 하버드 대 2학년 때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선수 생활 병행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
토머스가 하버드 졸업 뒤 텍사스 주립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게 된 것은 어머니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에서 달리기 훈련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토머스는 유명 육상 코치 토냐 뷔포드-베일리의 팀에 들어가기 위해 텍사스로 옮겼고, 육상 훈련과 함께 텍사스 주립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는 육상 선수로 뛰면서도 일주일에 10시간 동안 텍사스주 오스틴의 건강 클리닉에서 일한다.
파리 올림픽이 끝나면 박사 학위 과정을 이어갈 계획인 토머스는 올림픽 금메달의 명성을 활용해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고 인종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재단 설립도 고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