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2010년 ‘그날’까지 내 안에 난 없다

2007.01.09 18:08

사진 강윤중·그래픽 윤여경 기자

사진 강윤중·그래픽 윤여경 기자

실내빙상장은 소한 추위가 엄습한 바깥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지난 8일 오후 한국체대 빙상장을 찾았을 때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 안현수(22·한체대)는 뜨거운 땀으로 빙판을 녹이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111m짜리 트랙을 200바퀴쯤 돌아야 스케이트 훈련이 끝난다. 그리고 나서 다목적 훈련장에서 지상훈련이 이어졌다. 한체대 전명규 교수는 박세우 코치와 함께 제자리 높이뛰기를 시작으로 허리에 벨트 묶고 왼쪽으로 버티기 등 쉴 틈 없이 안현수를 몰아붙였다. 마지막 자전거 페달 밟기 훈련이 예정보다 10분 이상 길어지자 운동만 해온 안현수도 더 이상 참기 어려운지 연방 거친 숨을 토해냈다. 오는 17일 개막하는 장춘 동계아시안게임이 다가오자 훈련 강도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오후 훈련을 막 마친 안현수를 전명규 교수의 방에서 만났다. 비라도 맞은 듯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안현수는 소파에 앉으라는 말에도 “너무 더워서”라며 손사래를 쳤다.

끝없는 훈련으로 22살의 청춘엔 봄이 없다. 지난 6일 찾아온 특별한 ‘1000일’도 그냥 보냈다. 2004년 4월 같은 학교의 동갑내기 여자친구 신단비씨를 사귀기 시작해 어느덧 1000일이 됐다.

그날도 춘천에서 회장배대회에 출전하느라 바빴다. 춘천까지 응원 온 여자친구의 얼굴을 본 데 만족해야 했다.

안현수는 “여자친구와는 가끔 학교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먹는 것이 데이트의 전부”라고 말했다.

오전 5시10분 일어나 6~8시 스케이트를 시작으로 밤 8시30분까지 계속되는 훈련. 집에 갈 수 있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직전 국가대표에 뽑히고 나서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일과다.

“일단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목표를 세워놓았어요. 그때는 지난해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못딴 500m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김기훈·전이경 선배가 기록한 한국 선수의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도 깨고 싶어요. 그때까지 세계선수권도 계속 잡아보고 싶고요.”

안현수가 토리노에서 딴 금메달은 세 개. 두 개만 더 보태면 한국의 올림픽 최다관왕이 된다. 세계선수권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우승했다. 2010년까지 계속 우승한다면 8연패로 여자부 양양A(중국)의 6연패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파벌 다툼으로 인한 대표팀 동료들과의 갈등과 이 때문에 벌어진 아버지의 폭행사건. 안현수는 지난해 영광만큼이나 고통도 컸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전명규 교수는 “현수가 그때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었다”고 전했다.

안현수에게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다.

“특별히 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개인코치제를 하니까 만나지 않기 때문에 부딪힐 일도 없죠.” “그때의 일들은 잘 마무리됐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는 첫째도 운동, 둘째도 운동. 운동만을 강조했다.

“선수들은 운동에만 신경 쓰고,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어진 말이다.

올해 4학년이 되지만 졸업 후 계획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다음에는 실업팀으로 가서 2010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광고나 방송출연 얘기도 있었지만 운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모두 거절했다”고도 했다.

당장 이달 말에 치를 장춘 동계아시안게임에 대한 각오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첫 종목을 잘 풀어야 나머지 종목도 잘 풀리기 때문에 첫 종목에서 우승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전교수는 “큰 대회에 나가도 오히려 나를 안심시킬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안현수”라고 평가했다.

〈김석기자 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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