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말하는 ‘코로나 시대의 여행’…“랜선여행은 일시적 해소 방안일 뿐”

2021.07.21 20:34

“여행 경험은 비대면으로 대체 못해”

MZ세대가 말하는 ‘코로나 시대의 여행’…“랜선여행은 일시적 해소 방안일 뿐”

‘한 달살이’ 등 여행·거주의 경계 흐려지고 ‘워크케이션’에 관심 늘어
랜선여행은 정보를 찾는 수단으로 오프라인 여행과 상호보완적 관계
MZ세대, 여행지 선택에 ‘후기 문화’ 중요…‘지속 가능성’ 추구도 확산

코로나19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여행자들은 기약 없는 해외여행 대신 한적한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돌렸다. 코로나 시대에도 여행은 어떤 식으로든 지속됐다.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관광객의 2020년 이동행태를 분석한 결과 생활권 밖으로 멀리 떠나지 않는 여행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는 선택지가 얼마 없는 상황에서도 거리와 상관없이 ‘좋은 곳’을 찾아다녔다. 이들의 생활권 밖 이동은 전 세대 평균보다 62.1% 높았다.

요즘 MZ세대는 우리 사회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이후 첫 여름휴가철을 맞아 ‘코로나 시대, MZ세대가 말하는 여행’이란 주제로 온라인 방담을 했다. 지난 15일 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된 방담에는 김승환(29·서울관광재단 시민소통팀), 문승규(35·소셜벤처 ‘블랭크’ 대표), 오현주(23·한국관광공사 트래블리더 소속·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사라 플란네(27·글로벌서울메이트 담당·(주)오프너디오씨 사원), 홍다솜(26·서울대 지리학 석사·독립연구자)씨가 참여했다. 다섯 사람은 코로나19 이후 여행이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코로나가 준 변화는 비가역적”(홍다솜)이고, 여행지도 “‘안전’ ‘위생’”(김승환·사라 플란네) 등의 보호장치가 마련된 곳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여행은 ‘어디로’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한 달살이’”(문승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랜선여행’에는 부정적이었다. “여행은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경험”(오현주)이라면서 랜선여행이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자리 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오후 진행된 온라인 방담에서 참여자들이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승환, 문승규, 오현주, 홍다솜씨와 사라 플란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글미트 화면 캡처

지난 15일 오후 진행된 온라인 방담에서 참여자들이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승환, 문승규, 오현주, 홍다솜씨와 사라 플란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글미트 화면 캡처

- 팬데믹으로 여행은 어떻게 달라졌나. 여행 욕구를 채우는 대안은.

홍다솜(이하 홍) =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이동과 여행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서울의 경우 코로나 직후인 2020년보다 2021년 상반기 활동량이 늘어나는 경향성을 보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2020년 소강상태였다가 2021년에는 이용량이 증가했다. 그동안 자신의 삶이나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용도로 SNS를 사용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똑같은 일상을 일시적으로 누리게 됐고, 보여줄 게 없어지자 이용량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잠시 멈춤에서 일상의 새로운 지점들을 찾아내면서 이용량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집콕’하면서 ‘달고나 라테 만들기’ 등이 유행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문승규(이하 문) = 현재 지방 소도시의 빈집을 활용하는 ‘유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남해, 제주, 여수 등에 ‘한 달살이’ 공간을 만들었다. 여행과 거주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생각이나 소비 방식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요즘은 중장기 여행 등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족 단위로 한 달살이를 하든가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여행지에서 업무를 병행하는 ‘워크케이션(work+vacation)’에 대한 관심도 많다. 씀씀이는 커졌다.

사라 플란네(이하 플란네) = 서양인들은 원래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잘 안 한다. 휴가 때는 고향인 핀란드에 갔었지만 못 가는 상황이다. 요즘은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 보니 호텔이나 근교에서 쉬고 온다.

- 코로나19 사태는 ‘비대면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됐다.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랜선여행’이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자리 잡을까.

오현주(이하 오) = 랜선여행이 대면 여행을 대체할 수는 없다. 랜선여행은 자유로운 여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욕구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일시적인 방안이다. 또한 여행자들이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여행업계에서 마케팅을 위해 만든 것이다.

김승환(이하 김) = 코로나 전에 했던 여행과 랜선여행의 공통점은 인증샷 문화다. 코로나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특이한 음식을 먹으면서 SNS에 인증을 했다. 그 콘텐츠가 그대로 옮겨온 것이 랜선여행으로, 코로나가 끝나면 안 할 것 같다.

문 = 랜선여행은 오프라인 여행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 누군가 맛집을 올리면 갑자기 사람들이 그곳에 몰린다. 이것도 랜선여행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서 대리경험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여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심어주는 수단으로 작동하는 게 아닐까.

홍 = 특정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MZ세대 특징인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파생된 게 일종의 랜선여행이다. MZ세대는 아무래도 콘텐츠나 디지털 디바이스에 익숙하기 때문에 공간을 찾는 방식에 차이가 좀 있다는 생각은 든다. 자료 등을 보면 전통적인 세대들은 길이 잘 나 있고, 접근성이 좋은 곳을 많이 방문했다면 요즘은 인스타그램이 특정 지역을 ‘핫플레이스’로 변모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수많은 게시물들이 다른 방문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부동산 가격도 상승시키고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여행지는 SNS에서 알려진 곳이 많다. SNS에 인증하는 것도 중요한가.

김 = 인스타그램을 정보를 찾는 용도로 쓰기도 하지만, 가령 에펠탑을 치면 다양한 포즈의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그 장소에 가게 되면 그 포즈를 똑같이 따라해보면서 즐기는 것이다. 내가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가 많으면 기분이 좋다. 그게 여행에도 반영되는 것이다. 남들이 안 가본 곳에서 올린 특이한 사진이 ‘좋아요’를 더 많이 받는 것도 나한테는 의미가 있다.

문 = 나는 약간 다른 생각이다. 누군가 좋다고 하면 가고 싶어지는 것이 MZ세대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여행에 대한 보편적인 감수성이다.

- 여행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보는가.

김 = 코로나 덕분에 강제로 국내 여행도 많이 하게 되고, 서울 시내나 동네에서 미처 몰랐던 모습들을 많이 발견하고 있다. 이것도 여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 = 여행을 갈 때는 익숙한 공간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려 한다. 그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이나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등을 찾아보고 간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사람들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여행지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홍 = MZ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후기 문화일 것이다. 우리 세대는 웹미디어나 디바이스를 빠르게 다룰 수 있는 사람들로 별점이나 후기가 주는 영향력이 엄청 크다. 누군가의 경험을 듣는 방식이 이전에는 입소문이었다면, 이젠 수십만명이 올린 후기를 보고 검증된 장소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문 = 각자 여행의 기준은 다를 순 있지만 스스로 선택하는 여행에 대한 지향점은 있는 것 같다. 내 경우 여행을 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음식이다. 그 지역 별미나 주민들이 즐겨 먹는 것들을 먹어본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것이고, 이는 취향의 문제이지 특정 세대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coming out)이 확산되고 있다. 여행 방식에는 환경이나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지속 가능한’ 여행이 있다.

오 = 사실, 주변에서 이런 방식의 여행을 실천하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SNS에 ‘개념여행’을 하는 사례가 올라오긴 한다.

문 = 최근 지속 가능한 여행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는 것 같다. 단적인 예로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여행지 카페는 안 좋은 후기들이 많이 올라온다. ‘지속 가능성’이라 함은 환경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최근 지역 맛집을 찾거나 주민들의 일상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이런 것도 의식하지는 않았어도 지속 가능한 여행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플란네 = 한국은 아직까지는 지속 가능한 여행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낮은 것 같다. 서양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 안 타기’ ‘글로벌 체인 안 가기’ 등 환경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이들이 많이 있다.

- 코로나19는 여행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여행의 미래는.

홍 = 코로나가 준 변화는 비가역적인 부분들이 많다. 이것들이 코로나가 끝난다고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플란네 = 한국도 그렇고 해외도 당분간은 국내 여행을 많이 할 것이고, 안전·위생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유럽 친구들이 한국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데 국민들이 방역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마스크 착용도 철저히 해서 안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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