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내연녀 ‘10억땅’ 소송 이겼다

2006.02.08 07:26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내연녀가 김씨가 남긴 재산을 놓고 국가와 20년 넘게 벌인 법정소송에서 이겼다.

김재규 내연녀 ‘10억땅’ 소송 이겼다

장모씨(79·여)는 김전부장이 즐겨 찾는 한정식집을 운영하며 김씨와 내연관계였던 인물. 김전부장은 1968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중경고등학교(지금 한강중 자리)를 설립하면서 학교 뒤편 부지 200여평 땅에 장씨를 위해 집을 지어줬다.

김씨는 2년 뒤 장씨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자 중경학원으로부터 이 땅을 아들 명의로 사들였다. 그러나 소유권 이전 절차는 나중으로 미뤘다. 그러던 중 79년 10·26이 터졌고, 이듬해 김씨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중경학원은 재산환수조치에 따라 신군부의 손에 넘어갔다. 장씨는 82년 중경학원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지만 실질적 매매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이후 신군부는 86년 중경학원 소유 땅을 서울시에 증여했다. 하루 아침에 장씨 모자는 시유지에 불법건축물을 짓고 사는 셈이 된 것이다.

서울시는 장씨에게 불법점유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했지만 장씨측이 8억원에 달하는 변상금을 한번도 내지 않자 건물철거소송에 들어갔다.

1심 재판부는 장씨측이 신군부의 강압으로 땅을 뺏겼다는 증거가 없고 장씨가 서울시에 변상금을 내겠다는 각서를 쓴 점으로 미뤄 소유 의사가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11부는 7일 “당시 1살이던 장씨 아들의 이름이 과세관청에 신고된 점을 볼 때 김전부장과 장씨가 이 땅을 매수하면서 아들에게 증여한 정황이 인정되고 당시 소유권 이전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장씨가 소유 의사를 갖고 점유해 취득시효(20년)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장씨 모자가 ‘살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소유권을 얻으려면 시효취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별도로 내야 한다.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소유권 소송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다. 장씨 모자가 살고 있는 땅은 현재 10억여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인숙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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