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읽음

41. 경남 함양 광아리마을

2006.12.05 17:33

마을을 중심으로 계곡이 병풍처럼 둘러놓인 경남 항양군 마천면 추성리 마을 전경.

마을을 중심으로 계곡이 병풍처럼 둘러놓인 경남 항양군 마천면 추성리 마을 전경.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의 광아리 마을은 산골 중에서도 산골이어서 산 이외에는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마을이다. 심산유곡 속에 위치한 광아리 마을은 멀리서 보면 집채만한 바위들이 모두 계곡마다 빼곡히 들어 차 있고 웅장한 지리산 산봉우리가 마을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다.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오지 중 오지이지만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 추성리는 가락국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체류하면서 이 일대에 성을 쌓았다고 해서 ‘추성’이란 이름이 붙었다. 또 추성이라는 길조의 별을 이 마을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고도 한다.

광아리 마을의 유래도 재미있다. 옛날 벽송대사가 한 도사를 만나 강어리(광주리의 사투리)를 만드며 뒷바라지를 하면서 도를 배우려 했으나 10년이 지나도 반응이 없어 하산을 하는데 공중에서 떨어진 강어리를 맞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광아리 마을이 됐다고 한다.

광아리 마을은 산골이지만 비교적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마을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조선 중종 때 창건한 벽송사가 있고 이 곳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암정사가 있다. 서암정사는 돌문으로 된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굴 속에 꾸민 법당 안에 정교하게 새긴 불상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친선계곡.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친선계곡.

또 산으로 1시간30분쯤 걸어올라가면 선녀탕이 나온다. 칠선계곡의 선녀탕에는 동화와 같은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는데 선녀들에게 연정을 품은 곰이 옷을 훔쳐 바위틈에 숨겼다.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맬 때 사향노루가 자기의 뿔에 걸려있는 선녀들의 옷을 가져다주어 일곱 선녀는 하늘나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곰이 바위틈에 누워 있던 노루의 뿔을 나뭇가지로 잘못 안 것이다.

광아리 마을은 농사를 짓지 않는 마을이다. 간간이 마을을 찾는 이들이 있어 민박을 하는 주민이 있었지만 약초를 캐고 고로쇠 수액을 뽑아다 장에 내다 파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생업이었다. 도회지로 나가 건설회사를 다니던 김종현씨(48·광점농장 대표)가 17년전 귀향하면서 마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김씨는 “오염되지 않은 산골의 자연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생태체험장이란 것을 마을 주민들이 알게 되면서 현재는 팜스테이를 하는 집이 9가구로 늘었다”고 말했다.

[新 그린어메니티] 41. 경남 함양 광아리마을

9가구는 모두 계곡을 끼고 있는 집이다. 집안에서도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넘쳐난다. 마을 곳곳에서 각종 약초와 산나물을 캐보고 벌꿀을 채취해 볼 수 있다. 어른들도 금세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특히 깊은 산중에서만 자라는 석이버섯은 마을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자랑거리다. 15년 이상 된 것만 채취가 가능할 만큼 귀한 버섯이다. 한방에서는 강장의 특효식품으로 꼽히며 생식하면 얼굴이 좋아지고 눈이 밝아진다고 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주말이면 석이버섯을 구하기 위해 이 마을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산골이지만 비교적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칠선계곡 등반, 캠프파이어, 별자리 관찰, 사랑방 이야기 나누기, 사찰탐방은 연중 이뤄지는 고정프로그램이다. 봄에는 고로쇠 수액채취, 산나물 캐기를 할 수 있고 여름에는 물놀이와 석이버섯 채취를 할 수 있다. 가을에는 머루와 다래, 호두, 표고버섯을 딸 수 있고 도토리 줍기 행사로 펼쳐진다. 겨울이면 설경 자체만으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주차장과 야영장을 구비해 놓았으며 이용할 수 있는 방도 45개나 된다. 하루 숙박료는 2만5천원 정도다.

〈권기정기자 kwon@kyunghyang.com〉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