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숙씨 ‘색다른 색 이야기’ 출간

2007.02.23 15:19

“천연염색은 굉장히 정직합니다. 자연의 재료로 색을 만들 때는 노력한 만큼 그 결과를 보여주거든요. 무언가를 제대로 해낸다는 데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사람]조미숙씨 ‘색다른 색 이야기’ 출간

천연염색 강사인 조미숙씨(41)는 천연염색을 매개로 색을 얘기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꿈꾼다. 단지 천연염색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색을 보는 새로운 안목을 말하고, 색에 얽힌 경험들을 나누고, 자연을 닮으려 했던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마음을 전한다. 최근 펴낸 ‘색다른 색 이야기’(이매진)도 부제인 ‘우리 안의 색을 찾는 천연염색’이 말해주듯 이 같은 생각들을 담은 것이다.

조씨가 색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0년 전이었다. 우리 것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천연염색을 배우겠다고 경북 영천에서 1년 정도 지냈다. 그 뒤론 나무나 하늘 같은 자연의 색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크레파스나 포스터컬러의 색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색이었다.

“자연의 색은 계속 변화하고 자연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룹니다. 그걸 화학적 색 안에서는 못 찾습니다.”

그가 보기에 염색이란 색을 ‘만드는’ 작업이다. 색이란 단순히 시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공기처럼 우리와 일상을 함께 하고 있고, 개인의 추억이나 사회의 관념, 문화 등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색은 냄새가 있고, 촉감이 있고, 소리가 있고, 맛도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기억이나 추억이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조씨는 색을 만들기 전에 먼저 느끼고 말하라고 권한다. 미술시간에 배운 색 이름에 갇혀 무한한 색의 세계를 경험하고 상상하는 기회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색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신을 알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색은 우리에게 때론 삶에 대한 통찰과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색을 만지고, 말하고, 느끼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조씨는 천연염색의 매력으로 “오직 그것만 있을 수 있는” 점을 들었다. 화학 색이야 나라마다 차이가 없지만 천연염색은 매번 다른 색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른바 짝퉁이 있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천연염색은 자연에서 온 재료로 하는 작업이니 만큼 자꾸만 자연을 관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이 마냥 즐겁지는 않다. 천연염색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너무 겉만 훑는 거 같아서다. “천염염색이 컵라면 끓이듯이 유행을 타다가 다른 것들처럼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까봐” 염려스럽다.

사실 천연염색은 무척이나 고단한 작업이다. 복잡한 과정을 수십번씩 반복해야 제대로 된 색깔을 얻을 수 있다. 지금처럼 시간당 돈을 계산하는, ‘빨리빨리’의 시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천연염색은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걸음을 조금만 늦추고 뒤를 한 번 돌아보자는 것입니다. 같이 힘들게 일하면서 지금과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지금의 삶을 돌아볼 수 있어요.”

〈글 김진우·사진 박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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