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업계 “당국, 가스탱크 위험성 지적 외면”

2010.08.10 22:09 입력 2010.08.11 03:28 수정
김기범·정영선·임아영 기자

용기 부식 가능성 알고도 누출 여부만 정기검사

뒤늦게 “차단장치 의무화”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사고를 계기로 CNG 버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CNG 버스가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안전성 문제를 도외시하다 사고 후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CNG 버스는 2002년 2746대가 도입된 뒤 올해 2만3000여대로 2만대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운행 중 충격으로 미세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CNG 차량의 연료 탱크에 대한 점검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가스안전공사, 경찰로 구성된 합동감식팀 조사관들이 10일 서울 장안동 서울지방경찰청 차량정비창에서 전날 폭발한 CNG 시내버스를 감식하고 있다. | 김세구 선임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가스안전공사, 경찰로 구성된 합동감식팀 조사관들이 10일 서울 장안동 서울지방경찰청 차량정비창에서 전날 폭발한 CNG 시내버스를 감식하고 있다. | 김세구 선임기자

건물에 고정 설치돼 있는 모든 가스 연료통에 대해서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정밀검사를 실시하지만, CNG 차량 연료 탱크에 대해서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CNG 차량은 도로교통안전공단의 간단한 가스누출 검사만 정기적으로 받을 뿐 연료통의 부식, 균열 가능성 등에 대한 정밀 진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전 차량 폭발사고도 대부분 안전공단의 정기검사 직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역시 균열 가능성에 대한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또 정부는 전북 완주, 경기 구리 등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긴급하게 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정작 사고원인인 가스용기의 교체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서 폭발사고가 몇 차례 났을 때 가스탱크를 모두 교체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냥 지나갔다”며 “2004년 3월 이전에 제작된 버스의 연료 탱크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예전부터 나돌았다”고 말했다.

버스업계 “당국, 가스탱크 위험성 지적 외면”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가스탱크 납품회사에서 탱크에 문제가 있다며 리콜해준 적은 있다”면서 “연료통 문제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국토해양부에 CNG 버스 검사에 관한 법령 개선을 건의했을 때도 정부는 귀기울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CNG 버스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운전자가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경보 장치와 유사시 가스 공급원을 차단할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운행 중인 CNG 버스의 대부분에는 이러한 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전체의 0.1%에도 못 미치는 20대의 CNG 버스에만 가스 누출 자동차단장치가 설치돼 시범운행 중이다.

또 선진국에서는 CNG 버스를 도입한 경우 대부분 지붕에 가스용기를 설치해 승객들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지만 국내에선 일부 저상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객실 아래에 가스용기가 설치돼 있다.

한편 이번 폭발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날 사고 버스에 대한 정밀 감식을 실시했다. 감식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서울시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과 해당 버스를 운행하는 대원교통 직원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연료 탱크 연결 부위에는 문제가 없는 데다 폭발 당시 불꽃이 없던 점 등으로 미루어 연료 탱크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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