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거푸집’ 실체 보니 일제 식민사관 허구 드러나네

2011.03.16 21:05

숭실대, 연구성과 담은 도록 출간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관장 최병현 교수)에는 일제의 식민사관을 뒤엎은 아주 귀중한 유물이 있다. 국보 제231호인 청동기 거푸집(용범)이다.

일제는 한반도가 석기시대 수준에 머물다가 철기문명이 발달한 중국 한나라의 침입으로 바로 철기문명권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에 청동기시대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주민들은 청동기시대를 발전시키지 못했지만, 문명이 발달한 외부세계(중국)의 도움으로 비로소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철기문명을 누렸다는 전형적인 식민사관이다.

일제의 이 식민사관은 청동기 거푸집들로 단박에 뒤엎어졌다. 매산 김양선 전 숭실대 교수(1907~70)가 수집해 기증한 8종 14건의 이 거푸집들은 전남 영암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한반도에 청동기시대가 존재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한 고고 유물이 왜, 얼마나 귀중한지 이 거푸집들이 확인시키는 셈이다.

국보 제231호인 세형동검 거푸집(왼쪽)과 동과(청동꺽창) 거푸집.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국보 제231호인 세형동검 거푸집(왼쪽)과 동과(청동꺽창) 거푸집.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우리 역사를 제대로 쓰게 한 청동기 거푸집들의 실체를 밝힌 도록이 출간됐다. 기독교박물관이 지난 2년간 연구성과를 담아 최근 내놓은 <거푸집과 청동기>다.

도록에는 0.1㎜ 단위의 초정밀 3D스캔 데이터를 활용해 완성한 거푸집들의 초정밀 실측도면, 3D스캔 영상을 이용한 가상주조 결과 등이 실렸다. 박경신 학예사는 “특성상 도면화가 어려웠던 거푸집의 정밀 실측 도면을 제공하고, 청동기 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박물관 소장 청동기 70점 등의 각종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도록”이라며 “학계의 청동기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이번 연구 과정에서 거푸집들이 기원전 3세기 후반~기원전 2세기 초, 기원전 3세기 초 등 두 시기에 사용됐다는 점, 가상주조를 통해 나온 청동기를 추적해 실제 유물을 찾은 결과 전남 화순 백암리 유적의 청동꺽창(동과)과 함평 초포리 유적의 청동도끼(동부)가 이 거푸집에서 주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최병현 박물관장은 “오는 10월쯤 이번 연구성과를 학술적으로 검토할 ‘매산 기념강좌’와 국보 거푸집은 물론 박물관 소장 청동기를 함께 선보이는 특별전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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