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개 위장법인에 4조 넘게 ‘부실대출’

2011.05.02 21:40 입력 2011.05.02 21:41 수정
이범준 기자

부산저축은행 수사 확대

국회를 항의 방문하기 위해 2일 상경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경찰이 막아서자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부산저축은행 임직원, 사전인출 대상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국회를 항의 방문하기 위해 2일 상경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경찰이 막아서자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부산저축은행 임직원, 사전인출 대상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저축은행 부실화 과정과 특혜인출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부산저축은행 부실화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금산분리 원칙이 무너진 데서 출발했다. 순환출자구조로 된 부산저축은행은 박연호 회장의 개인금고와 다름없었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은 사실상 공범 역할을 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 등은 불법대출 등으로 은행에 7조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 등은 부동산 시행사 등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었다. 이후 이들 SPC에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은행으로 하여금 4조5942억원을 불법 대출해주도록 했다. 박 회장 등은 또 계열 은행들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도 2조4533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고, 1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120개 위장법인에 4조 넘게 ‘부실대출’

박 회장 등 대주주들은 1981년 부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처음 부산저축은행을 세울 때부터 SPC를 만들었다.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 부동산 시행업, 선박 투자, 자동차 리스, 북한 모래 판매 등이 목표였다. 이들이 저축은행과 고위험 사업을 병행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수익이 생기면 SPC의 주인인 박 회장이 가져가고, 손실을 보면 은행 예금주에게 떠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 등은 이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이 지분의 95%를 갖고 있는 부산제2저축은행을 세우고, 부산저축은행이 각각 지분의 50%와 45%를 거느린 전주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을 건립하는 등 부산저축은행을 정점으로 5개 저축은행을 계열화했다. 대주주 등 소수가 전체 은행 업무를 전횡할 수 있는 순환출자구조 형식으로 은행을 확장한 것이다.

박 회장 등은 은행과 SPC가 완전 별개 회사인 것처럼 속였다. 처음에는 남의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다가 2004년부터는 컨설팅회사와 공인회계사 도움까지 받았다. SPC를 위장하는 데도 적잖은 돈이 들어갔다. 대표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50만~200만원의 급여를 주고, 4대 보험료도 내줬다. 법인별로 매년 1억5000만원 정도씩, 전체 150억원대의 서민 예금이 위장비용으로 버려졌다.

경영진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확인됐다. 박 회장 등은 은행이 부실화한 상황에서도 상여금·배당금 등으로 63억원을 챙겼다. 개인 빚을 갚기 위해 부산1·2저축은행에서 200억원을 일반업체에 빌려주게 한 뒤 44억5000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박 회장은 또 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예상되자 사전에 부인 명의로 된 예금 1억7000만원을 해지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특혜인출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검사 2명 등 수사팀 40명을 부산저축은행·부산2저축은행·대전저축은행에 파견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이석환 부장검사)도 이날 거액 불법·부실대출을 한 혐의로 삼화저축은행 대주주 이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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