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인물탐구

(2) 가족 이야기 - 문재인

2012.12.04 22:24 입력 2012.12.04 23:20 수정

“노무현 고향집 부러웠다”는 실향민

자녀 교육방침은 ‘본인 의사 존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시골집에 놀러갈 때마다 참 부러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고, 또 고향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그분 마음도 부러웠습니다. 우리 집은 이북에서 피란 온 실향민이었거든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공식사이트에서 밝힌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에는 고향이라는 뿌리를 잃어버린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다.

문 후보 부모는 함경남도 흥남의 문씨 집성촌인 ‘솔안마을’ 출신이다.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피란을 와서 거제 포로수용소 인근인 경남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문 후보가 태어났고, 7살 때 부산 영도로 이사했다.

[대선 후보 인물탐구](2) 가족 이야기 - 문재인

한국전쟁은 문 후보의 집안에 짙은 상흔을 남겼다. 전쟁통에 갑자기 “적수공권(赤手空拳) 빈털터리”(<문재인의 운명>)로 피란 온 사람들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성공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친 문용형씨는 고향에서 ‘수재’라는 소리를 듣던 인물이었다. 함경남도 명문이던 함흥농고를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흥남시청 농업계장·과장을 지냈다. 전쟁은 부친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조용한 성품의 부친은 장사 체질이 아니었다. 빚만 잔뜩 졌고, 장사에 실패한 이후 더욱 말수가 줄었다.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부친은 1978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문 후보가 강제징집된 군대에서 제대해 복학하지 못하고 있던 낭인 시절이었다. 그는 “(아버지께) 잘되는 모습을 조금도 보여드리지 못한 게 평생의 회한”이라고 했다.

과묵한 성격이 똑같았던 부자(父子)는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부친은 당시 대표적인 저항잡지인 ‘사상계’를 읽고 이웃 대학생에게 한일회담 반대 이유를 설명하는 등 사회의식이 깊었다. 문 후보는 “아버지가 나의 사회의식, 비판의식에 영향을 끼쳤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에게 아버지는 연민의 대상이자, 극복의 대상이었으며 어느새 닮아 있었던 셈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가계는 어머니 강한옥씨(85)가 거의 꾸려나갔다. 좌판 옷장사, 구멍가게, 연탄배달 등 여러 일을 했지만 호구지책을 겨우 면할 정도였다. 그래도 교육열만은 높았다고 한다. 어떻게든 월사금을 마련했다. 문 후보는 “(부모님은) 중·고교 6년 내내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거나 간섭하지 않았다. 그냥 믿고 맡겨주셨다”고 했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라”는 말도 항상 했다고 한다.

1980년대 말 부산 동물원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문재인 후보(오른쪽).

1980년대 말 부산 동물원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문재인 후보(오른쪽).

이 같은 가풍은 문 후보 자녀교육관에도 투영됐다. 1남1녀를 두고 있는 문 후보의 교육방침은 ‘본인 의사 존중’이다. 그는 “두 명 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길을 가도록 인정해주고,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키워왔다”고 했다. 아들 문준용씨(30)는 건국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해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딸 문다혜씨(29)는 3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다. 문다혜씨는 아버지의 출마를 반대해 출마선언식 무대에 오르지 않았으나, 무대 뒤편에서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김정숙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이지만 딸 바보”라며 “시험공부로 밤을 새워야 하는 딸이 무섭다고 하니까 옆에서 졸면서도 같이 있어줬다”고 말했다.

부인 김씨는 대학 2년 후배로 대학 축제에서 처음 만났다. 문 후보가 시위 도중 최루가스를 맡고 실신했을 때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 게 긴긴 8년 연애 시작이었다. 문 후보는 “그때 ‘아!’ 했죠”라고 했다. 김씨는 문 후보가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군대에 강제징집됐을 때, 고시 공부하러 전남 해남 대흥사에 들어갔을 때 모두 면회를 왔다. 김씨가 군대에 있는 문 후보를 처음 면회할 때 남들 다 들고오는 통닭 대신 안개꽃을 한아름 들고온 건 유명한 일화다. “커피값을 아낀다고 버스 타고 얘기하다가 매번 내릴 곳을 놓쳐 종점까지”(김씨) 가며 키워온 ‘닭살’ 사랑은 1981년 결혼으로 결실을 맺었다.

결혼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김씨가 문 후보 앞에서 일부러 담배를 물었다. 다른 여자에겐 너그러우면서도 ‘내 여자는 안돼’라고 하는 남자들과 똑같은지 시험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 후보는 잠자코 있었다. “왜 가만 있느냐”고 했더니, “담배는 네 선호인데 내가 왜 참견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문 후보가 ‘믿을 만한 남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는 최근 트위터에 문 후보가 길을 걷다가도 김씨가 좋아하는 꽃을 보여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평소 말이 없어 제가 쿡쿡 찔러야 몇 마디 하는 어찌 보면 재미없는 남자, 그래도 이런 자상하고 따뜻한 면이 있으니”라고 적었다.

문 후보 가계는 평범하다. 형제는 2남3녀다. 누나 문재월씨(63)와 여동생 문재성씨(57)는 주부이고, 남동생 문재익씨(53)는 원양어선 선장이다. 막내 여동생 문재실씨(50)는 어머니를 모시고 부산 영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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