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심장이신 분만 보세요”…영화 ‘도어락’ 공효진

2018.12.03 11:47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가 너무 무서워서 송구한 마음이 있다. 불안감을 갖고 있는 분일수록 더 무서움을 느끼실 것 같다. 저희 영화 보고 잠 못 자고, 악몽 꾸시면 너무 죄송할 것 같다. 재밌다고만 얘기하기엔 후유증이 클까 싶어 쉽게 얘기를 못하겠다. 스릴러 좋아하시는 강심장이신 분들만 보셨으면 한다”.

영화 <도어락>의 주연 배우 공효진(38)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에 출연한 배우라고 해서 무조건 봐 달라고 무책임하게 얘기하는 것은 싫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효진은 행여 영화 홍보에 악영향을 줄까 싶어 “이렇게 말해도 오히려 도전 의식이 생겨 더 많이 보실 수도 있겠죠?”라며 멋쩍게 웃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주연 배우가 이렇게까지 말한 것일까.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오는 5일 개봉하는 <도어락>은 혼자 사는 여성의 불안감과 공포를 그린 잔혹 스릴러 영화다. 금융사 비정규직 행원으로 일하는 여성 경민(공효진)은 오피스텔에 혼자 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성 혼자 사는 집인 것을 숨기려 남성 속옷과 신발을 빨래건조대와 현관에 진열해놓고 지낸다.

어두운 골목길을 갈 때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 늦은 밤 혼자 있을 때 걸려오는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이 자신의 층수를 누르지 않을 때, 혹시 내가 집을 비운 사이 누가 왔다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등. 영화는 여성이나 남성할 것 없이 1인 가구로 사는 이들이 일상에서 겪을 법한 현실적인 불안감과 공포를 세세하게 묘사한다. 공효진은 “진짜 일어날까 싶어 무섭다라고 할 이야기”라며 “혼자 사는 사람, 그 중 여성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공포를 다룬 영화”라고 말했다.

공효진은 평소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무섭고 답답해서 잘 못 보고 보려 하지도 않는 편이라고 했다. 자신의 데뷔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도 무서워 귀신 장면은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전과 달리 대중성 있는 영화를 선택하려 했고, 스릴러가 대중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공효진은 “스릴러 장르의 진입 장벽이 저 공효진이라는 진입 장벽보다 낮다고 생각했다”며 “관객 입장에서 (편하게 보실 수 있는) 티케팅하기 쉬운 장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효진 출연한 드라마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한 장면. SBS 제공

공효진 출연한 드라마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한 장면. SBS 제공

공효진은 <파스타> <최고의 사랑> <괜찮아, 사랑이야> <프로듀사> <질투의 화신> 등 TV 드라마에서는 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만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영화는 달랐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품행 제로> <가족의 탄생> <M> <미쓰 홍당무> <고령화 가족> <미씽: 사라진 여자> 등 영화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공효진은 “드라마도 메시지를 주는 작품 위주로 골랐는데, 항상 따뜻하고 응원해주고 싶은 캐릭터였다”며 “그것 때문에라도 영화는 용감하게 결정했고, 역할 비중이 작아도 문제가 안 됐다. 저는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어쩌면 관객보다 제 스스로가 반복적인 느낌을 더 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공효진은 “거슬러 생각해보면 <미쓰 홍당무> 외에 제가 크게 했던 영화가 없었다. 손예진이나 동료 배우들 보면 1년에 1~2개씩 영화하고, 혼자 우뚝 선 영화가 많다. 저는 ‘대표작이 뭐야’라고 물으면 <미쓰 홍당무> 하나 있더라. <도어락>은 <미쓰 홍당무> 이후 처음으로 혼자 큰 역할을 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도어락>을 연출한 감독 이권과의 친분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다. 공효진은 “감독님과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만났다. 당시 연출부 막내였다. 사적으로 상의하는 관계까지는 아니라도, 종종 만나면 반가워하는 사이였다.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감독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붙었지만, 원래 오빠라고 불렀다(웃음). 제가 자신이 없는 상업 스릴러 영화라 아마 감독님이 다른 분이었으면 선택을 안 했을 것이다. <미씽: 사라진 여자> 이언희 감독님 남편이기도 하다. 무슨 인연인지 영화에서 이씨 부부를 다 겪었다”고 말했다.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도착한 경민은 자신의 집 도어락 덮개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불안한 마음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새로 설정한다. 이날 밤 잠 들기 직전 누군가 자신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른다. 비밀번호가 틀려 문이 열리지 않자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문고리를 잡고 흔든다.

다음날 경민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경찰은 “사건 접수란 게 사건이 터져야 가능하다. 지문 채취나 감식도 사건이 접수돼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얼마 후 경민의 집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은 경민을 의심한다.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은 가장 두려운 공간이 된다. 경찰의 의심을 받는 가운데 자신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 경민은 직장 동료 효주(김예원)와 함께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이 범인과 만나며 극의 긴장도는 높아지지만, 초반부까지 촘촘하던 현실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마치 결말을 향해 억지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효진은 이야기 전개와 결말까지 촬영 전후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 한다. 공효진은 “매번 경민이 어느 장소에 들어갈 때마다 감독님과 오래 얘기했다. 스릴러 영화 보면 꼭 주인공이 안 들어가도 되는 곳에 들어가서 일이 터진다. 그래서 스릴러 영화를 안 좋아하는 것도 있다. 스릴러 영화 구조상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뻔한 것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고 두리번거리는 장면 등 여러 컷을 다 촬영은 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너무 망설이면 극이 처진다고 해서 빠졌다. 주인공을 궁지로 몰기 위한 영화적 장치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도어락>은 스페인 영화 <슬립 타이트>(2011)를 원작으로 하지만 주인공의 시점 등 원작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한국 사회 청년들의 고충을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 계약 연장이 안 될까 걱정하는 경민에게 효주는 “대학 입학도 연장, 졸업도 연장, 취업도 연장, 결혼도 연장. 아이고, 이놈의 연장인생”이라고 푸념하고, 경민은 학자금대출도 아직 다 못 갚은 상황에서 행여 직장을 잃을까 자기 돈으로 구멍 난 시재(현금)를 메운다.

범죄에 취약한 재개발 지역, 범죄 예방보다는 실적과 직결되는 사건에만 귀를 기울이는 경찰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도 조명한다.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고통이 이어지는 듯한 결말 부분도 여타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와 차이를 보인다. 공효진은 마지막 장면과 관련해 “경민하고 어울리는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경민과 함께 1시간 넘게 함께 움직여준 관객들에게도 잠깐 시간을 주는 장면인 것 같다”며 “감독님과 고민하고 이야기했던 것은 ‘경민이 모든 걸 마무리 지었을 때 통쾌감이나 승리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끝까지 그걸 꼭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도어락>은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은 있지만, 심리적 긴장만 주는 스릴러 영화로 보기는 힘들다. 결말 부분을 포함해 과하다 느낄 정도로 잔인함의 수위가 높은 편이다. 공효진은 “영화가 점점 자극적일 수밖에 없어지는 현실이 영화인으로서 힘든 부분이 있다”며 “12월, 연말이고 하니 훈훈하고 따뜻한 영화들이 많이 나올테니 그래도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희 영화로 시작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공효진은 지난 20년동안 TV와 영화에서 꾸준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러나 2017년 한 해는 아무 활동도 안 하고 온전히 쉬었다. 공효진은 “너무 쉼 없이 오다 보니까 어제가 오늘 같았다. 일종의 매너리즘이었다. 다음 작품하면서도 두근거림이나 설렘 없어 편안한 상태에서 들어갔다. 캐릭터 구상도 하던 대로 해야지 싶고, 현장에서도 제 스스로에 대한 타협이 쉬워졌다. 해이해지다보니 이러다가 점점 일에 재미가 없어지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큰 코 다치기 전에 정신을 차리자 싶어 작년 초반 <미씽: 사라진 여자> <싱글라이더>가 끝난 뒤부터 1년을 안식년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친구 집 인근에서 한 달 살기도 했다는 그는 “1년 쉬니까 연기가 하고 싶어지긴 하더라”며 “<도어락>도 시나리오 받고 계속 미루고 고민하다 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도 아마 1년 쉬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자동차 액션 영화 <뺑반>의 촬영을 마쳤고, 현재는 로맨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20년 뒤는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공효진은 “아마 지금이랑 똑같이 하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 저는 제 인생에 만족한다. 고충도 많지만 너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큰틀을 바꾸는 걸 미루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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