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방곡곡, 따오기를 날게 하자

2019.08.15 20:51 입력 2019.08.15 20:59 수정
이인식 | 우포늪 지킴이 우포자연학교 교장

[기고]방방곡곡, 따오기를 날게 하자

우포따오기 40마리가 야생으로 돌아간 지 70일이 넘었다. 지난 6월 2마리가 폐사했고, 38마리는 우포늪 근처와 멀리 고령군과 밀양시, 합천군 등으로 먹이터를 마련하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다. 이렇게 처음 세상에 나온 따오기들은 낙동강과 남강, 황강, 회천 등을 따라 쉼터를 찾고 있다. 그 덕분에 글쓴이도 매일 발품을 팔면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국립습지센터가 자리 잡은 저묏골로 들어서면서 주변을 살피는데 따오기가 마을에서 늪으로 날아갔다. 이곳에서 제법 오랫동안 터를 잡느라고 주변을 맴도는 모양이다. 잠시 후, 소나무에 앉아 쉬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다가 다른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타까운 것은 창녕군이 작은 우포늪이라고 불리는 대봉늪에 제방을 쌓으면서 훼손하는 바람에 따오기가 그곳에서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대봉늪에 따오기가 찾아와서 며칠을 머물다 남지 쪽으로 옮긴 것이다. 대봉늪은 숲이 우거지고, 늪 수위가 낮아서 따오기가 먹이활동을 하기에 매우 뛰어난 환경이다. 모든 조건을 갖춘 우포늪과 같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과의 협의도 없이 전임 군수 시절 하천부서에서 밀어붙인 개발사업이 따오기 서식지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대봉늪에서 주민이 벌목하고 창녕군 하천부서가 홍수 대비 수로 정비라는 명목으로 왕버들 군락지를 훼손할 때도 이곳을 지켜낸 경험이 있는 글쓴이로서는 창녕군에 심한 실망감을 느낀다. 지금이라도 창녕군과 낙동강유역환경청, 경남도는 민관 협의로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곳 생태경관과 주변 왕버들 군락지를 잘 보전하면 향후 생태관광지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따오기 야생방사를 계기로 중국과 일본처럼 생태관광 활성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낙동강 배후에는 국내외적으로 뛰어난 자연습지가 여러 곳 있다. 이렇게 잘 보전된 습지 주변을 현명하게 이용한다면 피폐해가는 농촌과 자연환경을 생태경제적 가치로 되살릴 수 있다. 지난해 세계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을 받은 창녕 지역에서 ‘낙동강 생태경제벨트’를 조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낙동강 생태경제벨트는 1단계로 우포늪을 복원해 야생공원을 만들고 생태연구자타운을 조성해 청년 일자리 150개를 창출하는 안이다.

동물들이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생활하며 야생성을 유지하도록 해 동물원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영국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처럼 우포늪 주변을 보호대상인 야생 조류와 동물들이 자연에 가깝도록 살아가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은 매년 학생 8만여명을 포함해 76만여명이 찾는 곳이다. 2단계로 김해 화포천을 생태농축산업타운으로 구축해 환경교육단지를 만들고, 3단계로 창원 주남저수지를 생태주거단지로 만들어 생태 관련 국제회의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이 제안을 현실화하려면 주변 농경지 매입과 수질·환경 개선, 습지보호지역 지정 등에 대한 행정적 타당성 검토가 선결 과제이다. 민관 협력으로 잘 보전된 생태를 경제적 가치로 풀어내는 경남도의 지혜를 기대한다.

지난해 5월, 한국이 따오기 양저우와 룽팅 한 쌍을 들여온 바 있는 중국 양현에서 한·중·일 3국의 따오기국제포럼이 개최되었다. 중국의 따오기 복원 과정 30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따오기를 들여온 뒤 복원사업을 어떻게 진행하였는지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기고]방방곡곡, 따오기를 날게 하자

이 국제포럼은 중국 산시성 인민대외우호협회가 따오기 발견일을 기념하고 한·중·일 3국이 복원 중인 따오기를 매개로 우호 교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제안하면서 처음 열렸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생태문명 전환이라는 화두를 지방정부들이 앞다투어 실천해 나가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양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중국은 1000여개의 자연이 뛰어난 곳을 선정해 자연과 농업, 생태관광 등으로 생태문명 건설이라는 큰 미래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도 자연경관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 지속 가능한 발전전략을 구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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