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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가야만 할까…인류의 올바른 선택 기대

2019.09.01 20:45 입력 2019.09.01 20:47 수정
이원영 | 수원대 교수·국토미래연구소장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지구촌을 안전하게 관리할 ‘또 다른 유엔’을 만들 것을 꿈꾸며 서울에서 바티칸까지 걷기 시작한 지 2년. 생명·탈핵 실크로드는 올 초 인도까지 5000㎞를 걸은 후, 올여름 중앙아시아에서 기차 등으로 그리스까지 이동했다.

15개 나라를 거치며 많은 이를 만났는데, 그중 흑해 연안에서 자라면서 온 가족이 암에 걸려 고생한 터키의 30세 젊은이 베르커도 있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방사능은 드네프르강으로 모여서 흑해로 흘러든다. 베르커는 조부모와 숙부를 암으로 잃고 모친은 위독한 상태이며 자신은 여섯 살 때부터 고환암에 걸려 결혼을 포기한 상태다. 이처럼 흑해 연안 사람들은 30년이 넘도록 방사능 공포에 휩싸여 있다.

핵발전소의 근본 문제는 후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양심의 파괴’다. 많은 나라들이 탈원전의 길을 걷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윤리 때문이다.

내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들이 방사능에 여전히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에서 야구경기를 치르고,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선수단 식사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림픽 성화 봉송로에서 기준치의 무려 25배나 되는 방사능 수치가 기록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대로는 인류 모두가 공범이 된다. 고대 올림픽과 근대 올림픽의 시발지인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나는 기원했다. 지금이라도 도쿄 올림픽을 재고하기를 그리고 인류가 올바른 길을 선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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