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찾았다…희생자 10명 사건일지

2019.09.18 20:16 입력 2019.09.18 22:39 수정

1991년 4월3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10번째 희생자 권모씨(69)가 발견된 현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1년 4월3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10번째 희생자 권모씨(69)가 발견된 현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기 화성시에서 여성 10명이 연달아 살해돼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지만 끝내 붙잡지 못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경찰이 수감자 중에서 찾아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수감 중인 50대 남성 ㄱ씨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월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채취한 DNA와 일치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ㄱ씨와 일치하는 DNA가 처음으로 나온 증거물은 10차례의 살인사건 중 1개 사건 희생자의 속옷이다. 이 속옷 외에도 다른 희생자의 유류품 중에서 ㄱ씨와 일치하는 DNA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에도 경찰은 살인 현장에서 범인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와 6가닥의 머리카락을 확보했지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 완성 이후에도 다양한 제보의 관련 여부 확인 등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DNA 분석기술의 발달로 십수년이 지난 뒤에도 재감정한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잔여 증거물 감정의뢰, 수사기록 정밀분석, 관련자 조사 등 대상자와 사건과의 관련성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경기 화성시에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4년7개월 동안 여성 10명이 잇달아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경찰은 모두 200만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용의자와 참고인 등 2만1280명을 조사했지만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지문대조를 한 용의자는 4만116명, 모발감정을 한 용의자는 180명이었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를 받다 다른 범죄가 드러나 붙잡힌 사람만 1495명에 이른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2번째 희생자 박모씨(25)가 유기된 채로 발견된 태안읍 진안리의 한 농수로. 발견 시점은 1986년 10월20일 오후 8시쯤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화성 연쇄살인사건’ 2번째 희생자 박모씨(25)가 유기된 채로 발견된 태안읍 진안리의 한 농수로. 발견 시점은 1986년 10월20일 오후 8시쯤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6년 9월15일 오전 6시20분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 귀가하던 이모씨(71)가 하의가 벗겨진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한 달 뒤인 10월20일 오후 10시쯤에는 태안읍의 한 농수로에서 박모씨(25)가 나체 상태로 유기된 채 발견됐다. 그해 12월 12일과 14일에는 권모씨(24)와 이모씨(23)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후 1991년 4월3일 10차 살해까지 모두 1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범인은 10대부터 70대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1990년 11월15일 9번째 희생자는 하교 중이던 여중생 김모양(13)이었다. 1988년 9월16일 태안읍의 한 가정집에서 8번째 희생자로 발견된 박모양(13)을 살해한 피의자 ㄴ씨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모방 범죄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4번째 사건 발생 보름 전인 1986년 11월30일 오후 9시쯤 교회에 가던 김모씨(45)가 흉기를 든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뒤 겨우 도주해 목숨을 건졌다. 범행 수법이 매우 비슷해 경찰은 이 남성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봤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통해 용의자를 호리호리한 체형의 키 165~170㎝ 20대 중반 남성으로 추정했다. 범인은 귀가하는 희생자들의 집으로 연결된 논밭길이나 오솔길에 숨어 있다가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흉기는 살해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 일부 희생자들은 신체에 성적 난행을 당한 상태로 발견됐다.

다만 ㄱ씨가 연쇄살인의 진범으로 판명돼도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형법상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15년으로 10번째 희생자 권모씨(69)에 대한 공소시효는 2006년 4월2일 만료됐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감안해 수사 기록을 영구 보존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당시 인구 2만~3만명이었던 태안읍사무소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의 농촌에서 일어났다. 영세공장들이 속속 들어서 외지인 전·출입이 대규모로 이뤄졌지만 나머지는 논밭과 야산들이어서 범죄에 취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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