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OST 있다?…작가 조예은 ‘뉴젤대’ X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사바스’

2019.09.29 21:24 입력 2019.09.29 21:26 수정

호러 소설에 ‘감성 충만’ 음악 녹이니 ‘찰떡궁합’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왼쪽)과 소설가 조예은이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안전가옥에서 열린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과 음원 ‘사바스’ 발매 쇼케이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페이스오디티 제공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왼쪽)과 소설가 조예은이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안전가옥에서 열린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과 음원 ‘사바스’ 발매 쇼케이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페이스오디티 제공

최근 음원 차트를 죽 보고 있노라면, 음악과 이야기가 만나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를 체감하게 된다. 영화 <알라딘>의 흥행과 함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인 나오미 스콧의 ‘스피치리스(Speechless)’가 팝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더니,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OST는 무려 6곡이나 차트 10위권에 안착했다. 최근에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OST인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가 ‘역주행’ 끝에 각종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음악은 이야기에 풍부한 감정을, 이야기는 음악에 내밀한 서사를 더하는 ‘찰떡궁합’의 결과다.

그런데 드라마·영화가 아닌 책에도 OST가 있다면 어떨까. 조예은 작가의 호러 스릴러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뉴젤대)과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만나 탄생한 신곡 ‘사바스(Sabbath)’가 지난 20일 발매됐다. 소설 한 권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든 음악을 통해 ‘읽는 것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 조예은과 김사월을 지난 21일 ‘사바스’의 쇼케이스가 열린 서울 성동구 ‘안전가옥’에서 만났다.

<뉴젤대> 책 표지(왼쪽)와 ‘사바스’ 커버 아트. 안전가옥·스페이스오디티 제공

<뉴젤대> 책 표지(왼쪽)와 ‘사바스’ 커버 아트. 안전가옥·스페이스오디티 제공

“지난 7월 초, 소설에 대한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뉴젤대> 원고를 그때 받아봤죠. 신기했어요. 영화나 드라마 OST 경험은 있지만, 책 OST는 아예 처음 들어봤거든요. 소설 첫 장인 ‘미아’만 보고 결정했어요. 다 읽고 나면 기회를 놓칠까 서둘렀죠.”(김사월)

장르문학 출판사 안전가옥과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오디티가 소설 <뉴젤대>의 ‘음악화’를 추진하며 처음 떠올린 음악가는 단연 김사월이었다. 2012년 데뷔 이후 공감 어리면서도 어딘가 스산한 가사와, 따뜻하면서도 고독하고 미묘한 멜로디로 독보적 입지를 다져온 김사월이야말로 ‘귀여운데 호러’인 <뉴젤대>의 복잡한 정체성을 잘 풀어낼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젤대>는 가상의 놀이공원 ‘뉴서울파크’에서 의문의 젤리 장수가 나눠준 젤리를 먹은 사람들이 끈적한 젤리로 녹아내리는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미아가 돼버린 어린아이, 악마 숭배자, 이별을 앞둔 커플 등을 둘러싼 9개의 군상극을 통해 인간이 지닌 원초적 감정들을 극한까지 파고든다.

김사월은 “모든 인물들이 정말 열심히 살아가지만,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며 “나 역시 소설 속 인물이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상상하며 곡을 썼다”고 말했다.

조예은
저도 몰랐던 작품 막연한 분위기
음악적으로 잘 풀어내주어 쾌감

“김사월님의 오랜 팬으로서 ‘성공한 덕후’가 된 기분이에요. 저도 몰랐던 제 작품의 막연한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잘 풀어내주신 덕에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쾌감을 알게 됐죠.”(조예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처음 마주했다는 두 사람은,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분위기 속에서 각자 작품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았다. 조예은은 “‘사바스’ 가사에 ‘무너져 내릴 것들이/ 우리를 감싸줄 거야’란 부분이 너무 좋았다”면서 “붕괴의 절망을 다시 따뜻하게 감싸는 역전의 발상은 저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눈을 빛냈다.

소설 속 악마에서 제목을 따온 곡 ‘사바스’는 이렇게 시작된다. “세상은 어쩔 수 없는 것투성이/ 넌 혼자 남게 될 거야.” 인물들의 비극을 관조하면서도 끝내 애정을 거두지 않는 캐릭터, 고양이가 발화하는 문장을 빌려온 것이다. 김사월은 소설 문장과 자신의 감상을 버무려 ‘사바스’를 완성했다. 김사월은 앞서 영화 <땐뽀걸스>와 드라마 <시크릿 마더>의 OST를 작업한 바 있지만, 이번 작업은 기존 OST와는 결이 달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OST 작업은 대본과 연출 의도에 맡게끔 제 음악을 재료로서 제공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작가님과 제 영혼이 합쳐지는 느낌을 받으며(웃음) 자유롭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던져주신 메시지에 워낙 공감했고, 이 메시지에 맞춰 가사를 쓰면 되니까 마음이 편했달까요.”

김사월
이야기·이미지 복합적으로 엮어
‘소설 + OST’ 새 소비 지평 넓혀

다양한 자극이 짧은 영상 안에 집약되는 ‘유튜브’ 시대, 책과 음악이라는 고전적인 콘텐츠의 만남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김사월은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되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엮여 있는 형태다. <뉴젤대>와 ‘사바스’의 만남은 각 콘텐츠가 오리지널한 형태로 엮여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비 지평을 넓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예은 역시 “본래 이야기와 음악을 사랑하던 소비자들이 다른 자극을 찾아 떠나지 않도록 붙잡을 수 있는 재미있는 시도”라고 했다.

장르를 넘어 새로운 방식의 협업을 완성해낸 두 예술가의 얼굴에 다정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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