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잘못된 합의인데 기가 막히고 서운하다”

2019.12.27 21:20 입력 2019.12.27 22:09 수정

법률 대리인 “인권 최후 보루인 헌재 역할 아쉬워”

위안부 피해자 측 ‘실망감’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오른쪽)가 대구 출신 이옥선 할머니와 27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헌법재판소의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사건 선고 뉴스를 시청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오른쪽)가 대구 출신 이옥선 할머니와 27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헌법재판소의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사건 선고 뉴스를 시청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을 두고 피해자 할머니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법률 대리인은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거론하며 아쉬운 결정이라고 했다. 다만, 이 합의가 정치적 합의일 뿐이라는 헌재의 판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부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하라고 촉구했다.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92)는 “잘못된 합의인데 (헌재의 각하 결정에) 기가 막히고 서운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 박근혜가 잘못했다”며 “일본 사람 돈을 가져와 할머니들에게 나눠주고 입을 막으려 했는데 그건 안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같은 이름의 대구 출신 이옥선 할머니(89)도 나눔의집 생활관 거실에서 함께 TV로 헌재 결정을 지켜봤다. 그는 “우리는 기대를 했는데 (헌재가) 그렇게 결정할 줄 몰랐다. 답답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정문 앞은 방청권을 받으려는 시민들 줄이 이어졌다. 오후 3시쯤 유남석 헌재소장이 ‘각하’라고 주문을 낭독하자 시민들 입에서는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본 취재진 수십명도 헌재를 찾아 결정을 지켜봤다. 지난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은 한·일 경제충돌로 비화됐다.

위안부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리한 이동준 변호사는 27일 헌재 결정 직후 헌재 대심판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이 (합의 때문에) 고통스럽게 지냈던 시간들이 수년에 이르렀는데, 이 수년간의 기다림에 대해 부적법하다고 해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나라 인권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좀 더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피해자들이 헌법소원을 낸 지 3년9개월 만에 나왔다.

이 변호사는 위안부 합의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조약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헌재 판단을 두고 “정부가 합의 자체의 성격이나 효력을 감안해 과감하게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 과정으로 나아갈 단초를 마련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응 태스크포스(TF)와 정의기억연대는 논평을 내고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 접근 원칙과 진실과 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정치적·외교적 합의의 결과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정부는 헌재 판단을 존중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김복동·곽예남 할머니 등 5명이 별세했다. 생존 할머니는 2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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