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지자체 핫이슈

박원순 “서민들 고통받는데 투기로 떼돈…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 3월 설치, 과도한 불로소득 대물림 끊겠다”

2020.01.05 22:12 입력 2020.01.06 10:00 수정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 등 서울시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 등 서울시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동산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기 위해 오는 3월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자치구가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부동산 소유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가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내 주택 공급 상황을 보면 제가 시장이 된 이후 과거보다 늘었다”면서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개발·재건축 완화에 대해서는 “소수에게 편중된 부동산 자산 격차를 바로잡는 게 먼저”라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집회·시위 소음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과 관련, 박 시장은 “도심 광장 3곳을 한 달에 한 차례 ‘비움의 날’로 지정해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시청 시장실에서 진행한 경향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장치를 마련해야 소수에 편중된 부동산 자산과 부의 대물림을 끊고 ‘공정사회’로 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이 무색할 만큼 집값이 안 잡힌다. 최대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회 양극화의 주된 요인이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강남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선 지난 3년간 집값이 10억원 올랐는데 종부세로 겨우 130만원 낸다. 앉은 자리에서 10억원을 벌었는데 누가 땀 흘려 일하고 싶겠나. 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장치를 마련해야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부의 대물림을 끊고 ‘공정사회’로 갈 수 있다. 이를 위해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

- 최근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락한 지지도를 의식한 것은 아닌가.

“부동산 상승은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 사라’며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 유동성을 키워온 결과가 오늘로 이어진 것이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하는데, 본질적 방향은 개별 단지를 재개발해서 난개발을 만들고 부동산 가격만 올리는 기존 방식은 더 이상 안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투기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세제 등의 방법으로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부동산 정책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다고 해서 서울시장으로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해법을 찾고 소신을 밝히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 지난달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제안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버는 퇴행적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서울시에는 개발이익이나 투기이익 환수 시스템이 지금도 부분적으로는 있다. 우선 그 돈으로 ‘부동산 공유기금’을 조성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는 건물을 매입하거나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기금 규모와 세부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추가 논의를 통해 확정하겠다. 물론 부동산 세제나 정책의 실질적인 권한을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이니 권한과 재정에 한계가 있어 아쉬움은 있다. 그래서 서울시가 먼저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정책 실험이 전국에 표준화된 사례가 정말 많은데 이것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 부동산 국민 공유제, 이재명 경기지사의 ‘국토보유세’와 차이는.

“크게 보면 투기 방지 차원에서 방향은 같지만 국토보유세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금 체계를 신설해서 징세한 다음에 국민들에게 n분의 1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국민 공유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되 그것을 부동산 문제 해결에 쓰자는 것으로 차이가 있다.”

-부동산 임대차 관련, 정부 권한을 지방정부에 달라고 하는데.

“독일 베를린처럼 주거비를 향후 5년간 동결시킬 수 있는 권리 정도를 달라는 것이지 중앙정부 권한을 넘겨달라는 게 아니다. 임대료 상승 통제는 외국 도시들도 다 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모든 지역의 구체적 상황을 알 수 없다. 실제 임대료나 집값 상승 문제는 지자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맞춤형으로 대안도 만들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시세 차익 환수
공유기금 조성해 공공임대 확대
부동산 자산차 바로잡는 게 먼저
강남권 재건축·재개발에 신중

- 공시가격 현실화 요구가 높은데.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3월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자치구가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시세에 가깝게 산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산정한 표준지 공시지가를 토대로 각 자치구가 최종 산정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구에서 조사를 하다 보니 (주민 반발에) 소극적이다. 예컨대 청소의 권한은 자치구에 있다. 그런데 주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니까 쓰레기봉투값을 못 올린다. 그래서 서울시가 나서 이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제시하고 그 수익으로 환경미화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청소 시설의 현대화를 추진했다. 기초지자체장이 하기 어려운 이런 부분에서 서울시가 역할을 하겠다.”

-그린벨트 실태조사를 했는데,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린벨트는 지키면서도 도심 내 ‘직주근접’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그린벨트는 주로 외곽에 있기 때문에 전부 도시인프라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비용도 들어가고 시간도 걸린다. 무엇보다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새롭게 더 많이 짓는 것도 나중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집값 폭등은 소수의 사재기 탓
외국 도시들은 임대료 상승 통제
임대차 권한 지방정부에 이전해야

-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나. 재건축·재개발을 허용할 용의는.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강남권 일부 단지의 재건축 추진 시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은 주민 뜻에 따라 추진된다. 주택공급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해 서울시 주관의 ‘정비사업 지원 TF’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의 주택 공급량은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자가 보유율은 뒷걸음질 쳤다는 게 문제다. 집값 급등은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이 중 절반을 사재기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신규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연평균 4만1646호로 취임 전 7년(2005~2011년) 연평균 3만8786호에 비해 약 3000호가 확대됐다. 그런데 자가 보유율은 2010년 51.3%에서 2017년 48.3%로 떨어졌다. 상위 1%가 7채, 상위 10%가 3.5채의 집을 갖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늘려 국민들이 집 걱정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이게 새로운 자본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선진 자본주의 국가야말로 주거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2020, 지자체 핫이슈]박원순 “서민들 고통받는데 투기로 떼돈…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 3월 설치, 과도한 불로소득 대물림 끊겠다”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집을 가지고 있을수록 이익이니까 매물이 안 나오는 ‘매물잠김’ 현상이 생겼다. 12·16 대책에서도 보유세를 높이는 등 개선안이 있긴 했는데 (주택을) 많이 갖고 있는 게 도움이 안된다면 부동산에 누가 투자하겠나. 서울에 50% 넘는 사람들이 전·월세를 산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별도의 임대료 상한선을 제한한다든지, 지역마다 맞춤형 임대차에 관한 정책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집회 소음 불만 큰 도심광장 3곳
한 달에 한 번 ‘비움의 날’ 지정
3선 시장으로 내세울 브랜드?
서울시 정책 전국으로 확대됐죠

- 광화문광장 재검토 방침을 밝힌 이후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사실은 설계공모까지 해서 당선작이 나왔고, 그대로 밀고 갔어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은 서울시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광장이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려 시민의 의견을 다시 듣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시민들을 만나며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많은 것을 깨닫고 느꼈다. 시민들은 아이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 공원적 요소에 대한 요구가 매우 컸다. 또 지역주민들이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교통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심 3곳 광장을 한 달에 한 번 ‘비움의 날’로 지정해 운영해 보려고 한다.”

- 3선 시장인데 떠오르는 게 없다.

“서울시장 처음 되면서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서울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지 서울시장인 나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도 했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선출직 공무원이 자기를 위해서 어떤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하나의 정책에 집중해서 그래서 그다음 단계로 가는 사업을 했다면 저는 그런 것을 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한 번도 아니고 3번까지, 그것도 막강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선시켜주셨다. 서울시민들은 내가 뭘 했는지는 말할 수 없어도 서울시가 과거보다 확실히 달라졌다는 얘기는 많이 한다. 서울시의 많은 정책들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 이상의 어떤 브랜드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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