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합격' 트랜스젠더 여성 혐오에 맞서 '#합격축하해요_우리가여기있다' 릴레이

2020.02.04 17:34 입력 2020.02.04 19:09 수정

‘#합격축하해요_우리가여기있다’ 릴레이. 트위터 캡처

‘#합격축하해요_우리가여기있다’ 릴레이. 트위터 캡처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연대 움직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부터 트위터에 ‘#합격축하해요_우리가여기있다’ 릴레이가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여성인 나는 분명 남성보다 사회적 위력이 적지만 비장애인 시스젠더(출생시 부여 받은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동일한 사람) 헤테로(이성애자)인 나는 분명 어떤 사회구성원보다는 권력을 갖게 된다. 항상 이걸 마음에 새기고 살고자 했다” “당신이 교육 받을 권리를 위해 연대한다” 등 학생을 응원하는 글을 적었다. “한때 같은 처지로 여대를 지망했다가 너무 늦어 포기한 사람이 당신을 응원한다”라며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학생을 지지한다는 글도 나왔다.

해시태그 운동은 시민 주디(26)로부터 시작됐다. 주디는 이 학생이 학교 안팎의 거센 반발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고 밝힌 언론 인터뷰를 보고 해시태그를 만들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사자들은 혐오 발언을 듣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힘들어 화조차 낼 수 없다. 저는 비당사자이기 때문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원하던 대학교에 붙은 수험생이면 보통 축하받기 마련인데 이 분은 날선 말들을 많이 들었다.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주디가 해시태그를 만든 게시글은 4일 오후 4시 기준 300회 가까이 공유됐다.

입학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차별’과 ‘혐오’로 규정해 맞서는 움직임은 대학 사회를 넘어 커지고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4일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입학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차제연은 “(해당 학생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는 누구도 배제하거나 존재를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 가치에 비추어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며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며 여성으로 살아왔고 살아갈 그녀의 입학은 ‘교육과정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서 설립된 숙명여대의 정신에 비춰도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녹색당도 4일 논평을 내고 “여성의 범주를 한정하여 누군가를 배제하려는 모순과 자가당착을 비판한다”며 “성별에 따른 특권은 물론 그 무엇을 이유로 한 차별에도 맞서 싸우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했다.

숙명여대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도 지난달 31일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입학할 수 없다는 주장은 트랜스젠더 혐오”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 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도 지난 2일 “특정인의 정체성을 함부로 부정하고 여대 입학에 찬반을 논하는 행위가 여자대학의 창립 이념에 어긋난다”며 “개인의 정체성은 제3자가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라고 했다. 이화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입학 반대 주장도 이어진다. 반대 측은 여성 인권을 명분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을 비난한다. 덕성·동덕·서울·성신·숙명·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대의 페미니즘 관련 21개 단체는 4일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나를 보고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해당 학생의) 발언은 여대를 자신의 변경된 성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라며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숙명여대에는 한 남성이 ‘여자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무단 침입해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며 “여대라는 공간이 남성들의 범죄 표적이 되고 있음은 물론 스스로를 여자라 주장하는 남자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반대 움직임에 대해 “명백한 차별이자 인권 침해”라고 했다. 한 활동가는 “여대에 입학하면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를 처음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낯설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이 상대의 존엄성을 해칠 힘이 되지는 않는다”며 “자신이 느끼는 불쾌함을 고유한 권리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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