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소수자들의 희망인 두 분께 보내는 편지

2020.02.06 20:49 입력 2020.02.06 20:57 수정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숙명여대 법대 합격자 A, 변희수 하사 두 분께 연대의 편지를 보냅니다.

[기고]성소수자들의 희망인 두 분께 보내는 편지

저는 공개 커밍아웃하고 고향에서 활동하는 바이섹슈얼,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입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자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퀴어인권분과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원래 직업은 음악교사입니다만, 비정규직이라 커밍아웃과 활동 후에는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아 현직은 아닙니다.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까운 몇 사람에게만 커밍아웃하는 것도 참 많은 각오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커밍아웃 전에는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사직 요구를 받았고, 커밍아웃 후 간혹 시간강사로 근무할 때에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혐오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변희수 하사께서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이름을 밝히며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갈 때 저는 너무 슬펐습니다. 신상을 공개적으로 밝힐 때 겪을 직접적 혐오를 무릅쓰고 공개 커밍아웃하는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입니다.

이후 숙대 합격자 A께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변희수 하사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을 때 감동이었습니다. 연대를 위해 용기를 내어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에 여러 퀴어와 페미니스트 개인 및 단체들이 변희수님의 싸움에, 합격자 A님의 연대와 고백에 환영과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부 분리주의 혐오자들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관련 보도가 경쟁하듯 나오면서 저는 걱정이 컸습니다. 숙대 입학 반대 목소리에 힘겨워하며 등록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2017년 대선 후보들의 ‘동성애 동성혼 반대’라는 혐오에 공개 커밍아웃했고, 그 해부터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후 각종 혐오를 마주해야 했고, 특히 동성애 혐오자들의 집단 민원에 제주시청이 굴복하면서 행정소송까지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승리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성중립 화장실 설립 제안을 하면서 온라인상에서 각종 혐오와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같은 집에 삽니다. 그런데 동네 어르신들이 저를 보시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한 어르신은 제가 활동가가 된 후 저를 더 좋아하시게 되어 뵐 때마다 칭찬과 격려 혹은 걱정과 위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밀양, 창원, 제주에서 만난 옛 제자들과 밀양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교직원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고 있습니다. 제 친구와 선후배도 저를 존중하고 응원합니다.

혐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길 겁니다. 우리가 옳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는 함께 살아갈 존재이자 서로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합격자 A님, 변희수 하사님 함께 살아갑시다. 저는 작년에 두 친구를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야 했고, 또 다른 여러 친구들을 보낼 뻔했습니다. 그중 한 친구가 “성소수자와 장애인들이 취업을 못하지 않게” 노력해달라 했습니다. 그 소원을 이루려면, 그리고 또 다른 우리의 친구들도 지키려면 많은 분이 일상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분도 지키고 싶습니다.

두 분은 저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희망입니다. 많은 이들이 연대하고 있습니다. 꼭 자신이 살고자 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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