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M 네덜란드 항공, 기내에 한국어로만 ‘화장실 금지’ 안내···이유가 "코로나 예방"

2020.02.12 16:40 입력 2020.02.12 20:32 수정

지난 10일(현지시간) KLM 비행기 안 승객용 화장실 문에 붙은 한국어로 쓰인 ‘승무원 전용 화장실’ 문구. 탑승객 김씨 제공.

지난 10일(현지시간) KLM 비행기 안 승객용 화장실 문에 붙은 한국어로 쓰인 ‘승무원 전용 화장실’ 문구. 탑승객 김씨 제공.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비행기 내 화장실에 한국어로만 사용 금지 문구를 붙여 한국인 승객에게 인종차별적 대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발 인천행 KLM 항공편(KL855)에 탑승한 김모씨는 비행기 뒤편 화장실 문에 한글로 쓰인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기내에는 한국 승객과 외국인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한글 문구를 읽을 수 있는 고객, 즉 한국 승객들에게 해당 화장실 사용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놀란 김씨가 해당 문구를 휴대전화로 촬영하자 기내 부사무장이 다가와 “네덜란드 규제에 따라 비행기 내에선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사진을 지우라고 다그쳤다.

김씨는 1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비행기 내에서 많은 사진을 찍어왔고 다른 사람이 아닌 안내문구를 찍은 것을 불법행위로 간주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며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가 한국어로만 쓰인 공지문에 대해 항의하자 기내 부사무장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공지가 쓰인 종이에 영어 문구를 추가했다. 김씨 제공

김씨가 한국어로만 쓰인 공지문에 대해 항의하자 기내 부사무장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공지가 쓰인 종이에 영어 문구를 추가했다. 김씨 제공

김씨는 만석에 가까운 비행기에서 본래 고객이 사용하던 화장실을 승무원 전용으로 변경한 이유가 무엇이며, 왜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만 문구가 작성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부사무장은 “승무원들을 잠재 신종 코로나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우리의 의사결정이므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지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답했다. 이어 “그게 기분 나쁘다면 영어로도 쓰겠다”라고 말한 뒤 김씨가 보는 앞에서 영어 문구를 추가했다.

김씨는 KLM의 행동은 명백한 인종차별 및 서비스 대응부족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비행기 탑승 당시 객실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대한 조치나 안내는 전혀 없었으며, 승무원 보호가 목적이었다면 왜 한국인 승객만 화장실 사용을 막았냐는 것이다.

KLM 항공측은 12일 이와같은 상황을 전한 김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댓글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KLM측은 “비행기 예약이 꽉 차지 않을 때면 때때로 화장실을 승무원 전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며 “한국어로만 공지해 승객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승무원들에게 왜 승객이 이 사태에 대해 화가 났는지 이해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러 국적의 승객들이 기내에 탑승하고 있던 상황에서 한국어로만 화장실 사용 금지 문구를 써놓은 이유와, 비행기 부사무장이 문제를 제기한 승객에서 비행기 내부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를 금지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1919년 설립된 KLM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주력 항공사로 2004년 에어프랑스와 합병해 현재 ‘에어 프랑스-KLM 그룹’의 산하에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도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내 화장실에 한국어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로 표기하는 등 차별적 조치를 취한 KLM 항공사에 엄중히 경고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할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한 향후 우리 국민이 외항사의 항공기 내에서 차별적 조치를 당하는 등의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공운송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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