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코로나’ 지역 확산 우려…긴장 고조

2020.02.28 21:12 입력 2020.02.28 22:04 수정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정원식 기자

검사 대상 확대 나서…WHO “결정적 시점, 각국 준비를”

코로나19 지역사회 첫 감염자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한 미국이 뒤늦게 관련 검사 실시 대상을 확대하고 방역 장비 확보에 나서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정부 대응이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을 다녀온 호흡기 질환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진을 실시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에는 중국을 다녀온 호흡기 질환자나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환자에 대해서만 검사를 실시했으나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CDC가 가이드라인을 변경한 것은 전날 캘리포니아주에서 중국 방문 이력이 없고 감염자와 접촉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진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지난 19일 산소호흡기를 낀 채 캘리포니아주 UC데이비스의료센터로 이송됐다. 병원 측은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CDC에 검사를 요청했으나 검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3일에야 검사를 했고, 사흘 뒤인 26일 확진 판정이 나왔다. CDC는 이 여성이 미국 최초의 지역사회 전파 사례인 것으로 보고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에 다녀온 주민 8400여명을 관찰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 이외에 비상시에 적용되는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마스크 등 보호장구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를) 매우 잘 통제하고 있다”고 했지만 행정부의 대응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소속의 한 내부고발자는 최근 자신이 이끄는 팀이 중국에서 귀국한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검진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장구나 사전 교육 없이 투입됐으며 이후에도 자유롭게 일반 대중과 접촉했다고 제보했다.

코로나19 검사 키트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인구가 약 4000만명인 캘리포니아주가 보유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200개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CDC가 각 주 보건당국에 배포한 진단키트 중 일부는 고장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역량도 의심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5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확산 사태 당시 인디애나 주지사였던 펜스가 두 달이 지나서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는 계속해서 확산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날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덴마크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탈리아는 이날 확진자가 전날보다 194명이나 증가해 650명을 기록했다. 이란에서는 28일 신규 확진자가 143명 늘어나 확진자가 모두 388명이 됐다. 사망자도 8명이 추가돼 34명으로 늘었다. 28일에는 리투아니아, 나이지리아, 뉴질랜드, 벨라루스 등 4개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국가가 모두 56개국으로 늘었다.

중국은 27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내려갔고 사망자도 이틀 연속 50명 이하를 유지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병이 “결정적 시점에 와 있다”면서 “세계 각국이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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