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해 준 한국에 보답, 코로나19 사태 돕겠다”

2020.03.03 21:23 입력 2020.03.04 00:07 수정

팔 걷고 나선 에티오피아 난민·이주민들

주한 외국인들 대상 헌혈·자원봉사 모집·모금 활동 등 펼쳐

국적·직종 불문 지원자들 호응…적십자사 계좌 성금도 답지

에티오피아 출신 베레켓 알레마예후, 제네베 아베라, 조데이비드, 시사이 아레가(왼쪽부터)가 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며 코로나19 문제 해결 봉사자 모집 서류를 들고 있다. 조데이비드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에티오피아 출신 베레켓 알레마예후, 제네베 아베라, 조데이비드, 시사이 아레가(왼쪽부터)가 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며 코로나19 문제 해결 봉사자 모집 서류를 들고 있다. 조데이비드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에티오피아 난민 시사이 아레가(26)는 “한국이 나의 두번째 나라”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한국과 에티오피아는 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라고 했다. 정치적 자유와 환대를 기대하며 한국에 왔다. “에티오피아에선 정치적 문제 때문에 축구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준 한국이 고마워요.”

아레가와 한국에 거주하는 다른 에티오피아인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일 온라인에서 한국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헌혈과 자원봉사자 모집에 들어갔다. 모금도 진행한다. 이들은 “지금은 우리를 따뜻하게 환대해준 한국을 지지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적었다. “한번 용사는 영원한 용사다”라고도 썼다.

이들은 이방인인 자신들을 머물게 해준 한국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3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에티오피아 기자 출신 제네베 아베라는 “고맙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한국에 살면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언젠가 한국을 떠나겠지만 여기 있는 동안 한국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는 문제가 생기면 서로 모여 돕는 문화가 있다. 특별한 관계가 없더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화한 조데이비드가 인터뷰 통역을 도왔다.

모집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약 30명이 헌혈, 자원봉사, 단체활동 등에 자원했다. 국적은 다양하다. 간호사 등 의료경험이 있는 사람이 돕겠다고 연락이 왔다. ‘갓 블레스 코리아’라며 기도문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전날 기준 10여명이 56만원을 보냈다.

사진작가이자 인권활동가인 베레켓 알레마예후(41)는 “1000~5000원을 입금해달라고 했지만 10만원을 입금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신뢰도를 높이려 적십자사가 개설한 계좌에서 모금한다.

이들도 이주민으로, 난민으로 차별을 겪었다. 그래도 한국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레가는 “어느 나라를 가도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려움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알레마예후는 “언어 문제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한국 인권 상황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한국인이 차별받는 게 더 문제라고 본다. 알레마예후는 “아시아인들이 세계적으로 차별받아 섭섭하게 느껴진다. 근거 없는 차별을 뒤집어야 한다. 우리는 한국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이미지를 바꿔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원봉사·헌혈 등 인원이 모이면 명단을 질병관리본부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아레가는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은 한국을 자신의 나라라고 생각해야 한다. 여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방식으로 서로를 돕자”고 말했다. 알레마예후는 한국 정부에 이렇게 전해달라고 했다. “도울 사람이 필요하면 보내줄 테니 언제든 연락 주세요. 한국을 도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주한 외국인 코로나19 모금•헌혈•봉사 모집 링크: https://forms.gle/NSB5SjaApwVpypd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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