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

절반이 초기 발열 없어…‘딱딱한 손잡이’ 주의

2020.03.03 23:10 입력 2020.03.03 23:23 수정

코로나19와 40여일 전쟁…그동안 밝혀진 사실들

확진자 10명 중 8명이 경증…60대 이후 치사율 급격 증가

감염되면 폐 섬유화로 폐활량 복구 안된다는 풍문은 낭설

[‘코로나19’ 확산 비상]절반이 초기 발열 없어…‘딱딱한 손잡이’ 주의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40여일이 지났다.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확진자는 2월 중순부터 단 보름 사이에 5000명 넘게 늘었다. 거침없는 확산 기세에 방역당국과 국민은 고전하고 있지만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며 밝혀진 몇 가지 실체도 있다. 나와 이웃을 지키기 위해 숙지해야 할 코로나19의 특징을 정리했다.

① 경증 많지만 80대 치사율 높아

코로나19 확진자 10명 가운데 8명은 경증이다. 국내 보건당국이 경증 확진자는 병원에 입원시키는 대신 연수원 등에서 생활하게 하는 이른바 ‘시설격리’를 시작한 근거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중국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의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지난주 실린 광저우의대 연구진 등의 논문을 보면 경증환자 비율은 84%, 중증환자는 16%다. 1월29일을 기준으로 중국 전역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1099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조사 결과다.

중국 연구진은 치사율도 1.4%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등은 NEJM에 “무증상 또는 매우 경증인 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치사율은 1% 이하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정도 치사율은 계절 독감과 비슷하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10%)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34%)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고연령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자료를 보면 치사율이 20~40대는 1% 이하, 50대는 1.3%에 그치지만, 60대 3.6%, 70대 8.0%, 80대 14.8%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급증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인들은 면역력 자체가 약해 몸이 바이러스와 싸울 때 생기는 ‘발열’을 건너뛰고 갑자기 폐렴이 나타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많은 노인들은 코로나19에 자신이 다치고 있는 것도 모를 가능성이 큰 만큼 개인위생에 선제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② 열 이외의 증상도 주목해야

코로나19의 가장 흔한 증상은 열이다. NEJM에 게재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에선 입원 당시 43.8%, 치료 도중 88.7%의 환자가 열이 났다고 분석됐다. 지난 16일 국내 확진자 28명을 기준으로 한 통계에서도 가장 많았던 최초 증상은 인후통과 같은 비율을 기록한 발열(32.1%)이었다. 하지만 이를 달리 해석하면 절반이 넘는 확진자는 증상 초기에 발열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이런 문제는 지난 1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기자회견에서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타 증상’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 연구진 통계에선 환자의 67.8%에서 기침이 관찰됐다. 국내 통계에서도 기침과 가래, 오한, 근육통, 두통 등이 11~18%의 환자에게서 나타났다. 어떤 식이든 정상을 벗어난 몸의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③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손잡이

지난달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병원 감염’에 논문을 게재한 독일 연구진은 온도와 습도를 최적화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 밖에서 최대 9일까지 산다고 밝혔다. 일상에서 나타나기 어려운 조건을 상정한 것이긴 하지만, 코로나19가 만만히 볼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의료계에선 대개 하루 정도를 코로나19가 몸 밖으로 나왔을 때 살 수 있는 기간으로 본다. 특히 바이러스는 직물처럼 푹신한 곳보다 나무나 금속처럼 딱딱한 곳에서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나 학교 출입문의 문고리, 버스나 전철의 손잡이, 공공장소의 테이블 위 등이 요주의 대상이다.

비교적 짧은 접촉만으로 감염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10분간 머물렀던 배달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있다.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마스크 착용과 잦은 손 씻기가 더욱 중요하다.

④ 걸리면 폐 손상 ‘낭설’

코로나19에 걸리면 폐 섬유화가 생겨 치료해도 폐활량이 복구되지 않는다는 풍문이 인터넷에서 떠돈다. 10초간 숨을 참아 기침이 나오거나 답답하면 ‘이상 징후’라는 자가진단법이 같이 언급된다.

의학계에선 이런 주장을 모두 일축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폐 섬유화 주장 자체가 메르스 유행 당시 나온 보고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그런 현상이 보고된 적 없다”고 강조했다.

⑤ 백신 조기 개발은 쉽지 않을 듯

조만간 백신이나 치료제가 시중에 등장하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세계 과학계에선 100건 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모두 임상이나 동물 실험 같은 ‘개발 단계’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밝힌 ‘18개월 내 백신 개발’조차도 너무 낙관적이라는 시각이 의학계에선 나온다. 국내의 한 의학계 관계자는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에는 예외적으로 기존 독감 백신을 플랫폼 삼아 항원을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빠르게 진행했다”며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선 백신 플랫폼이 없다”고 말했다.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이 당분간 유일한 방어책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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