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뒤 안전은 없어”…쿠팡 노조 “새벽배송과 무한경쟁 중단해야”

2020.03.18 16:23 입력 2020.03.18 16:37 수정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이 열고 있다. 조합원들은 배송노동자의 휴식권 보장과 새벽배송 중단 등을 요구 했다. / 김창길 기자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이 열고 있다. 조합원들은 배송노동자의 휴식권 보장과 새벽배송 중단 등을 요구 했다. / 김창길 기자

쿠팡 배송 노동자들이 과도한 배송업무를 요구하는 쿠팡을 비판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쿠팡맨이 일하다 숨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새벽배송 중단과 휴식권 보장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는 고객의 편의를 위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있어도 배송하는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안전은 없다”며 “더 이상 누군가의 편리함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자본의 탐욕 앞에 무한경쟁과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쿠팡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쿠팡지부는 ‘쿠팡맨’이 소화해야 하는 배송물량이 꾸준히 늘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1인당 배송물량은 3.7배 증가했다. 2015년 1월 기준 직접고용된 쿠팡맨 1인당 평균 배송물량이 56.6개였다면, 2017년 12월 기준 210.4개였다. 쿠팡지부가 제공한 한 쿠팡맨의 최근 배송물량 변동 추이를 보면, 1인당 배송물량은 지난해 8월 242개에서 올해 3월11일 296개로 뛰었다. 쿠팡지부는 “신입 쿠팡맨은 50% 수준의 물량을 배정 받는다고 하지만, 기준이 되는 물량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단순히 노동강도가 낮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쿠팡 배송 노동자들은 휴게시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쿠팡지부는 2019년 4월25일 가구별 새벽배송 배달간격 자료를 공개했다. 3명의 쿠팡맨이 오후 10시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 퇴근하기까지 가구별 배송 완료 시각이 담겼다. 휴게시간으로 유추할 수 있는 배송지 간 이동시간은 각각 최대 10분, 13분, 34분이었다. 쿠팡지부는 사실상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배송캠프 관리자가 2019년 3월17~23일, 5월19~25일 쿠팡맨의 휴게시간 사용 현황을 조사한 자료도 결과가 비슷했다. 3월 해당 캠프에서 휴게시간을 사용한 쿠팡맨의 비율은 15~37%에 그쳤다. 평균 휴게시간은 최소 32분, 최대 49분이었다. 5월 중 가장 많은 쿠팡맨이 휴게시간을 사용한 날에도 54.5%만 휴게시간을 가졌다. 33명의 쿠팡맨 중 15명은 쉬지 못한 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찬호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회사는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고, 휴게시간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쿠팡맨은 보장된 휴게시간도 사용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밥 한끼 먹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물량 압박에 조기출근을 해 미리 적재를 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쿠팡지부는 ‘로켓배송’이란 이름으로 새벽배송을 도입한 일 역시 택배 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높이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숨진 쿠팡맨 김모씨(46)는 입사 4주만에 새벽배송 도중 한 빌라 4~5층 사이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새벽 동안 2회 이상 물량을 배정받아 배송하는 ‘트루돈’ 시스템에서 일했다.

정진영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쿠팡이 ‘로켓프레시’라는 신선 식품 배송을 시작하고 나서 근무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최초 캠프에서 배정받아 1회 배송하는 시스템에서 물량을 두세번 나눠 배정받게 되면서 시간 압박감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회사에서는 배송을 마치지 못할 정도의 물량을 주고, 시간 내에 못 끝낼 것 같은 쿠팡맨에게 쿠팡 플렉스 인력을 붙여준다. 신입 입장에서 재계약을 위해 도움을 받지 않고 배송을 끝내야겠다는 압박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쿠팡지부는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한 쿠팡맨들은 과도한 노동강도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계약직을 고용하고, 배송물량에 따라 임금 수준을 차등하는 환경에서 쿠팡맨들은 무한경쟁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정 부장은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고 묵묵히 일해야만 계약 연장, 정규직 전환, 레벨업이 가능한 시스템 속에서 택배 노동자들은 쉼 없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택배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회사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맨 개개인의 배송 역량과 지역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량을 배정하고 있다”며 “트루돈 새벽배송 시스템에서 쿠팡맨은 반드시 1차 배송을 다 마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주문까지 기다렸다 한꺼번에 배송하면 오히려 배송 노동자가 혹사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들어온 물량부터 배송하고 나머지 물량을 배정해 노동강도를 낮춰주는 것”이라며 “고객과 배송 노동자 모두의 편의를 위해 만든 시스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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