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코로나19 틈타 ‘쉬운 해고·상속세 인하’… 노동계 “반사회적 탐욕”

2020.03.23 19:22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쉬운 해고’와 법인세·상속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동계는 “전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기에 재난을 기회로 탐욕을 채우려 한다”며 비판했다.

경총은 23일 “최근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생산활동 차질과 수출 감소, 내수 침체에 대한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며 ‘경제활력제고와 고용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국회에 제출했다.

경영계 건의에는 해고 요건 완화 등 40개 입법 과제가 담겼다. 특히 해고 요건의 경우 현행 기준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실화 될 경우 경영 판단에 따른 상시적 구조조정이 가능해진다. 또 직무능력이 부족한 저성과자의 경우 해고가 가능토록 명문화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국가재난 시기에 해고를 자유롭게 해달라는 철부지 수준의 주장”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탈리아는 60일간 해고 등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노사정 협약을 했다고 하고, 영국은 해고를 제한하는 대신 1인당 월급의 80%, 덴마크도 75%를 지원한다고 한다”며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긴장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까지 내다보면서 경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해고를 자유롭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과연 정신이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법인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요구를 내놨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 25%에서 22%로 내리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서 25%까지 내리자는 주장이다. 경총은 특히 상속세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의 영속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경총은 지금의 위기를 틈타 또 다시 재벌 대기업의 배를 채우고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상속세는 말 그대로 있는 집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도대체 전염병과 상속세 인하가 무슨 연관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경총의 법인세 인하 주장에 대해 “소비 부족으로 투자할 곳이 없는 이때 1000조원 넘는 사내유보금을 가진 기업들이 법인세를 깍아주면 그 돈이 과연 쓰일까”라며 “국민들이 쓸 돈이 없어 ‘병들어 죽기전에 굶어죽겠다’고 하는 이때 이런 처참한 상황 이용해서 한몫 챙기겠다는 경총, 정말 실망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영계가 때마다 반복했던 요구들도 이번 건의에 포함됐다. 경총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도록 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노사 협의만으로 변경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행정 지침인 ‘양대 지침’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또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삭제와 비정규직 양산이 우려되는 파견 및 기간제 규제 완화,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경총은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상 원청의 책임과 의무가 “매우 과도하게 설정됐다”며 개정을 촉구하는가 하면,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제정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경총의 ‘입법 건의’는 국가적 재난 시기에 불 난집 불 구경 하듯 전혀 현실에도 맞지 않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지금이라도 활당한 입법 주장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한국노총 역시 “끼니와 월세, 임대료 등 기본적인 의식주를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국민이 있는 상황에서 배부른 사람들이 내는 세금을 깎아달라는 경총 주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경총은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희생시키고 재벌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제도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적 고통분담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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