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 무너지는 경제위기엔 소액 현금도 큰 도움”

2020.03.29 21:35 입력 2020.03.29 21:39 수정

재난기본소득 도입 역설해온 경제학자 전용복 경성대 교수

“아래로부터 무너지는 경제위기엔 소액 현금도 큰 도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열리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구체적 방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기초단체인 전북 전주시를 시작으로 서울·경기 등 광역단체들까지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확산되면서 중앙정부도 나서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강력히 주장해온 경제학자 전용복 경성대 교수(49·사진)로부터 ‘시민에게 현금을 쥐여줘야 할 이유’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전화로 이뤄졌고 이후 e메일로 보충했다.

- 현금성 지원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개인과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원한다는 건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책이 선례가 되면, 차후에 유사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같은 방식 혹은 더 확대된 형태의 지원 정책을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재난(기본)소득’이나 ‘재난수당’ 대신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명칭을 택한 데선 정부의 고민이 읽힙니다. 국민들이 ‘고정적 수입’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겠지요.”

-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선별 지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면서도,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아무리 많은 행정력을 동원한다 해도 선별은 필연적으로 수혜 사각지대를 만듭니다. 또한 저소득층 외에 중산층의 경제적 충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최근 경향신문이 ‘주요 6개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이 2월 한 달간 3조3876억원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은행 신용대출은 대개 신용등급이 높은 중산층 이상에 부여된다는 점에서, 중산층이 받고 있는 타격도 적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직접 현금 지원은 역사적인 사건
고정 수입 인식 안되게 명칭 붙여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선별 지급, 수혜 사각지대 만들어

- 금융 지원책 외에 현금 지급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경제위기의 성격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산버블 붕괴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 위기는 감염병 재난으로 수요와 공급 등 경제 생태계가 중단되면서 찾아온, 즉 아래로부터 무너지고 있는 위기입니다. 따라서 처방도 달라야 합니다. 과거 위기는 금융 대책으로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적 재정 지원을 통해 현금 흐름이 재개돼야 합니다. 또 금융 지원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효과가 발휘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현금 지급은 즉각적 경기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 현금이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가계부채 이자 연체를 막아 대출해준 은행들의 자산건전성도 방어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현금을 줘도 ‘물리적 거리 두기’ 때문에 소비 대신 저축으로 이어질 거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경우 평소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재난으로 직접적 타격을 받으면서 소득이 더 줄어든 상황입니다.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 등에게는 소액의 현금이라도 큰 도움이 됩니다. (소비 촉진을 위해서라면) 체크카드 형식으로 지급하고 소비기한을 두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 어려울 때 돕는 게 정부 역할
기술적 접근보다 정치적 결단을

- 최소 수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2%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건전성을 자랑합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조차 한국을 재정 여력이 있는 나라로 꼽으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할 정도입니다. 재정건전성 유지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곤란합니다. 국가가 왜 존재합니까. 국민이 어려울 때 국민을 돕고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기술적 접근보다 ‘정치적 결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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