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80만명인데…확진자 1만명, 싱가포르에 무슨 일이

2020.04.22 17:00 입력 2020.04.22 17:04 수정

싱가포르의 한 기숙사에서 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의 한 기숙사에서 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로이터연합뉴스

‘방역 모범국’으로 꼽혀온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1000명 넘게 발생하며 22일 현재(한국시간) 누적 확진자 수는 1만141명으로 늘어났다. 싱가포르 인구는 580여만명에 불과해 100만명당 확진자 수도 1733명에 달한다. 현재 독일 100만명당 확진자 수(1772명)보다 많다.

스트레이트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싱가포르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이날 누적 확진자가 1만141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보다 인구가 약 9배 많은 한국의 확진자(22일 현재 1만694명) 수에 근접했다.

최근 싱가포르의 신규 확진자 중 대다수는 기숙사에 공동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이다. 전날 누적 확진자 9125명 중 약 80%인 7125명이 이주노동자들이 공동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나왔다. 2019년 기준 싱가포르 인구 580만명 중 시민권자는 350만명, 영주권자는 50만명가량이다. 나머지 170만명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외국인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싱가포르는 홍콩·대만과 함께 방역 모범국 평가를 받아왔다. 방역 실패의 주요인은 개학 강행 등 봉쇄 완화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30만명가량의 이주노동자가 공동 거주하는 기숙사에 대한 관리 소홀도 도마에 올랐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2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강행했다. 옹 예 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개학 후 이틀이 지난 지난달 25일 한 유치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방역에 오점이 생겼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2주일 만에 개학 결정을 철회하고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

이주노동자 주거 환경을 돌아보지 않은 것도 집단 감염의 주요인이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는 보통 한 방에 4~8명이 지낸다.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고 트럭 짐칸에 나란히 앉아서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싱가포르에는 모두 43개의 이주노동자 기숙사가 있다. 이 중 열두 곳이 집단 감염 발생으로 건물 전체를 격리한 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사가 아직 진행중인 곳도 있기 때문에 추가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느슨한 지침을 유지해왔다.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것. 하지만 결국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정부는 지난 3일 부랴부랴 ‘마스크 착용 권고’로 지침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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