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 “누가 더 아픈지, 누가 더 희생되는지 물어야”

2020.04.24 15:49 입력 2020.04.25 14:48 수정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는 인터뷰 말미 “소수자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적 권력, 유명 인사가 되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인터뷰 섭외 때도 코로나19 이후 이미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며 고사했다. 김 교수처럼 노동자, 소수자, 재난 피해자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데이터를 구축하며, 삶과 고통의 문제까지 끄집어낸 연구 결과를 내놓는 학자는 드물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동어반복이어도 좋다”는 말에 인터뷰를 승락했다. 김 교수는 재난 피해자에 관해 말해야만 하는 현실을 감당할 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김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승섭 교수가 지난 14일 고려대 보건과학대 연구실에서 코로나19 이후  해고, 혐오·차별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종목 기자

김승섭 교수가 지난 14일 고려대 보건과학대 연구실에서 코로나19 이후 해고, 혐오·차별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종목 기자

- 코로나19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가 늘어나는데.

“고용불안은 그 자체로 인간 몸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불안으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 3법(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가장 약한 노동자들이 가장 위험한 일자리에서 일하는데, 그들은 회사에 이 일이 위험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그 영향력이 더 커진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초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한 채 일하는 경우가 계속 언론에 보도됐다.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물량은 급증했다. 쿠팡 같은 회사에서도 플렉스라는 이름으로 특수고용된 노동자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사회 안전망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보험에 적용되는, 해고 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이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하는 동안 더 위험한 작업을 감수해야 하고, 쉽게 해고를 당해서 소득이 사라지고, 해고 이후에도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다. 이 모든 게 다층적으로 맞물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노동자 직군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재 가장 피해를 크게 보는 이들 중 하나는 비정규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문화예술계 노동자란 생각이 든다. 아예 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낸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로 잘 들리지 않을 뿐이다.”

2014년 3월 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철도공사의 대규모 징계 규탄, 철도노조ㆍ사회 각계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서로의 몸을  광목천으로 두른 채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2014년 3월 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철도공사의 대규모 징계 규탄, 철도노조ㆍ사회 각계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서로의 몸을 광목천으로 두른 채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 쌍용차 해고가 노동자들 건강에 끼친 영향, 해고 노동자 가족의 삶과 죽음을 연구했다. 2015년 9월 한겨레21에 기고하면서 ‘해고는 죽음이다. 유독 한국에서만 그렇다’는 제목을 붙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항상 경기가 좋을 수는 없다. 해고도 국가별 허용 범위의 차이가 있지만, 경기가 불황일 때는 당연히 실업자가 늘어난다. 한국은 해고 증가가 자살이나 정신건강 악화로 직접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유럽의 경우 실업률 증가가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고 노동자에 대한 재취업 훈련 등 제도적 보완 같은 사회 안전망이 해고가 자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필요한 대안, 대책은.

“지금은 비상상황이라는 데 공감해야 한다고 본다. (대안이나 대책을 두고) 경기부양 측면이나 그 효과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분들이 있다. 경기부양은 장기적으로 고려 사항이겠지만, 당장 생계 자체가 위태로워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사람이 우선 아닌가. 코로나19는 기존 역병이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사라지고, 안정화된다. 그렇다면 방역 핵심은 그때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함께 살아남자는 것이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방역 대책 과정에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당장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위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가장 약한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장애인, 이주노동자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는데.

“많은 장애인 분들이 계속 고립된 채 지낸다. 더 거리두기를 하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으며 배제와 고립 상황으로 이어진다. 어떤 인구집단에 대해서는 국가가 거리를 의도적으로 좁혀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미등록 여부를 묻지 않고 코로나19 감염을 검사하는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인권 측면에서만 아니라 방역 효율성 측면에서도 그렇다. 감염된 사람이 누구이건 그와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른 사람도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미등록 노동자이건, 난민인건 그 누구든 안전하지 않으면 나 역시 안전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의료인과 공무원들의 헌신, 시민 협조 속에서 한국 사회는 방역을 두고 올바른 방향을 선택해 잘 해 나간다고 본다.”

-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 중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는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연구 조사를 발표하면서 ‘2015 함께 살자 희망연구’라고 이름을 붙였다.

“어느 사회에서나 1~2% 정도의 사람들은 의학적으로 백신을 맞을 수가 없다. 심각한 기저 질환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인 사람들에게는 백신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일상에서 만나는 나머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을 때, 바이러스가 그 사람까지 가지 않게 하는 인의 장막이 만들어진다. 집단 면역의 효과다. 내가 백신을 맞는 건 내 몸을 보호하는 효과와 함께 백신을 맞을 만큼 충분히 건강하지 못한 누군가의 몸을 함께 보호하는 행동이다. <면역에 관하여>에 나온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라는 말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누구이든 타인이 감염되는 순간, 나 역시 안전할 수 없다는 말은 문학적 비유가 아니라 의학적 사실이다. 이 맥락에서 함께 살자는 구호에 의미가 있다. 한편으론 이런 문학적 비유에 의지하는 건 위험한 면도 있다. 생계 자체가 위협받으면서 신음 소리 못 내면서 누군가 실제로 죽어가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행동이 없다면 불평등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재난 속에서, ‘함께 살자’나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는 구호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재난에서 생계나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통용되려면, (정부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나온다.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진 예술공연 분야 같은 영역의 노동자들에겐 즉각적인 지원이 절박하다. 부모의 소득이 감소했을, 그런데 학교에 가지 못해 급식을 먹지도 못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본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외출이 어렵던 장애인분들은 더욱 고립이 심화된 생활을 한다. 트랜스젠더 분들은 주민등록증 확인 절차 때문에 마스크 사는 걸 주저하기도 한다. 재난 속에 개개인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다 다르다. 정부가 구체적인 상황 하나하나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점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용한 자원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논할 때, 이런 사회적 약자, 소수자 집단에 대한 우선적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 차별금지법을 두고도 여러 차례 발언했다. 여당이 총선에 승리했는데, 입법 전망은.

“한국 사회에 차별금지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반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discrimination’과 같은 말이 ‘unfair treatment’인데, 부당한 대우를 금지하는 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21대 국회에서 인권 관련 법이나 차별금지법이 적극 논의될 수 있는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여당인 민주당 의석수가 180석이지만 차별금지법 법안을 적극 발의하고 힘을 실어줄 의원들이 몇이 있을까. 총선이 끝난 상황에서 한 가지 언급했으면 하는 게 있다. 총선과정에서 논란이 된 이해찬 의원이나 윤호중 의원의 발언이다.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말도, ‘성소수자 관련 논쟁은 소모적’이라는 말을 두고 사람들이 분노하는 게 당사자들은 과반응처럼 보일 것이다. 억울할 수도 있다. 본인들은 선의로 말했던 것이니 맥락을 봐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선의를 감안해서 말하건대, 그 분들의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1980년대라면 모르겠지만, 2020년에는 시대정신과 어긋나는 말이다. 그런 말들의 시대가 지나갔다. 올바른 정치라면 그런 변화를 불가역적으로 만들어,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 코로나 정국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19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영향 받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월호와 천안함 연구를 했다. 둘 모두 국가적 재난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재난으로 사망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누구든 걸릴 수 있고,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전체적으로 가장 약한 고리들이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사회가 평소 소수자들을 평소 어떻게 대했는지가 드러나고, 이 상황은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보여준다. 중세에 왕은 압도적인 자유를, 귀족들은 상대적인 자유를 누렸지만, 그 시대에 자유가 존재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권력에서 배제된 대다수의 사람들이 최소한 자유를 갖지 못해 그렇다. 그 사회에 자유가 있나 없나를 따질 때 노비와 노예의 삶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어떤 사회가 안전한지 여부를 따질 때에도 가장 힘 없는 사람의 삶이 기준이어야 한다. 사회적 자원을 충분히 누리는 사람이 안전할지가 기준이어서는 안된다. 코로나 19에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드러나고 있다. 폐쇄병동 환자,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노인빈곤층…. 사망의 측면에서 노인빈곤층이 가장 위험하다. 나이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가장 빨리 죽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이 가장 심각한 나라다. 생존 측면에서도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19년 3월 17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난민인권네트워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2019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공동행동-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 집회를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2019년 3월 17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난민인권네트워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2019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공동행동-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 집회를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 코로나 사태에서도 혐오와 배제가 많이 드러났다. 이 문제는 차별금지법과도 이어질 듯하다.

“차별금지법은 한 사회가 소수자 대하는 태도의 마지노선을 긋는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어떻게 처벌할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낙인이나 차별에 시달리는 소수자 집단과 어떻게 공존하며 살 것인가는 태도를 결정하는 규범적인 면이 더 큰 법이라고도 생각한다. 편견은 한 사람을 두고 그 개인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그가 속한 집단에 대한 생각으로 상대를 정의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너는 중국 사람이니까 코로나에 감염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어떤 상황인지 묻지 않고 감염원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이 낙인은 중국 우한에 한정됐다가 대구로 왔다가 미국유럽으로 퍼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감염원이 될 수 있는 모두가 동등한 낙인으로 심문받지는 않는다. 세계적으로 아시아인 아닌 이들이 더 많이 걸렸는데도 여전히 아시아인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폭행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한다. 유럽인이나 미국인 확진자가 가장 많은데도 아시아인을 감염원으로 취급하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는 건 차별과 낙인이 권력적 구조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 존 C. 머터의 <재난 불평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공중보건 역사를 보면 재난은 불평등하다. 겉으로 재난은 무차별적인 것으로 보인다. 재난이 지나간 다음 통계를 보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자원을 적게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다치고 죽는다. 중세 흑사병을 봐도 그렇고, 20세기 미국 카트리나 허리케인을 봐도 그렇다. 사람들이 그리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플 때 더 많은 정보 제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득권층은 말할 수 있는 권력을 가져서, 더 많이 보도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영국 보리스 총리가 코로나로 병원에 간 걸 알게 된다. ‘아 총리도 걸리는 구나’. 이후 한걸음 떨어져 데이터를 보면, 총리가 속한 계층보단, 저소득 계층에서 감염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지금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률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고통 받는다. <재난 불평등>이 알려주는 또 중요한 내용은 모든 사람들이 100만원씩 손해 본다고 할 때, 월 소득 150만원인 사람이 100만원 손해보는 것과 월 소득이 1000만원인 사람이 100만원 손해보는 걸 두고, 둘 모두 사회적으로 100만원 경제적 가치가 날아갔다고 계산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150만원 버는 사람은 100만원을 잃게 되는 순간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재난 피해를 두고 구체적인 피해자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경제적 수치로만 계산하는 방법론이 매우 위험하다는 게 그 책의 중요한 함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와 삶]김승섭 “누가 더 아픈지, 누가 더 희생되는지 물어야”

- 230여명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했는데, 애도 분위기는 다른 재난에 비해 덜한 듯하다.

“200명이 넘는 죽음을 두고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태구민 당선자를 두고 북한이나 탈북민에 대한 혐오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에게 과거 범죄 혐의가 있다면 그걸 밝히라고 요구할 수 있다. 비상식적으로 행동하거나 부당한 법을 추진하면 비난할 수 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 단지 북한에서 왔고 거대한 재산을 축적했다는 이유로, 지금 단계에서 그를 매도하는 것은 낙인이고 편견이다.”

- 코로나 이후의 세계나 문명을 두고도 여러 전망이 나오는데.

“(여러 학자들이) 문명사적 전환에 대한 말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역병 유행의 한 가운데서 너무 자신감 있게 지르시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웃음). 현재 진행형이고 다음 달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거대한 주장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공부나 성찰을 충분히 할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누군가는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해야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지난 몇 개월 동안 한국사회의 경험을 두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그렇게 그 시간들이 우리에게 가르친 게 무엇인지를 더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이후에 관한 예측은 가설에 기반한 것들이다. 중요하지만, 어떤 불확실성 속에서 예측하는 것인데, 그간 드러난 현상과 상처는 사실이고 근거가 된다. 이런 사실들, 경험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더 주목하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를 두고도 더 단단한 지식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누가 고통을 많이 받는가, 누가 더 많이 아프고, 힘든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은 모두가 함께 생존하기 위한 것일텐데, 그 대책은 가장 기본적으로 누가 희생되는가에 대한 검토속에서 나온다. 정책은 미래에 대한 가설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면밀한 검토로 나와야 한다. 미래는 멀리서 다가오는 무언가가 아니다. 과거의 시간이 현재를 밀고 나가는 게 미래다. 조금 더 많은 눈들이 우리 과거 경험으로 향했으면 한다.”

※경향신문은 비정규직·이주·문화예술 노동자, 장애인·노숙인 지원 단체 활동가 6명을 만나 코로나19와 삶, 투쟁에 관해 물었다. 운동가이자 당사자인 이들에게서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하며 살지도 들었다. 보건 전문가, 인문학자 의견도 들었다. 24~25일 [코로나19와 삶 연속인터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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