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4계급···당신은 어디에 있나”

2020.04.27 10:33 입력 2020.04.27 15:02 수정

로버트 라이시 미국 캘리포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사진|위키피디아

로버트 라이시 미국 캘리포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사진|위키피디아

사회적 불평등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코로나19로 미국 사회에 새로운 4개 계급이 출현했다며 계급간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라이시 교수는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쓴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새로운 계급의 분열과 그 안의 불평등을 조명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계급을 4개로 구분해 설명했다.

첫 번째 계급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들이다. 노동자의 35%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문·관리·기술 인력으로 노트북으로 장시간 업무를 해낼 수 있고, 화상회의를 하거나 전자 문서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라이시 교수는 “위기를 잘 건널 수 있는 계급”이라고 했다. 두 번째 계급은 ‘필수적 일을 해내는 노동자’(The Essentials)이다. 전체 노동자의 약 30%로 의사·간호사, 재택 간호·육아 노동자, 농장 노동자, 음식 배달(공급)자, 트럭 운전기사, 창고·운수 노동자, 약국 직원, 위생 관련 노동자, 경찰관·소방관·군인 등이다.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내는 이들로, 일자리는 잃지 않았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라이시 교수는 “수많은 필수 노동자들이 보호장비 부족에 시달린다. 그들은 보호장비는 물론 위험 수당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The Unpaid)들이다. 소매점·식당 등에서 일하거나 제조업체 직원들로 코로나19 위기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지난 21일 퓨리선치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직 또는 임금이 줄어든 미국인 중 ‘3개월 생활비를 충당할 만한 비상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라이시 교수는 “이 계급은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고 집세를 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중심으로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고 라이시 교수는 진단했다.

마지막 계급은 ‘잊혀진 노동자’(The Forgotten)들이다. 이들은 미국인 대부분이 볼 수 없는 곳, 이를테면 감옥이나 이민자 수용소, 이주민 농장 노동자 캠프, 아메리칸 원주민 보호구역,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물리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가장 높다.

라이시 교수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계급은 가난하고, 흑인이고 라틴계이며, 불균형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인구 전체로 흑인 비율은 14%이지만, 코로나19 사망자 중 흑인 비율은 33%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크게 나타난 10곳 중 4곳은 교정시설이었다. 라이시 교수는 이 3개 계급은 정부나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할 로비스트와 정치 행동가들이 없기 때문에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라이시 교수는 “우리 사이의 격차를 걱정해야 한다”며 “필수적 노동자들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면, 임금 미지급 노동자들이 건강보다 경제활동을 우선시해 일터로 돌아간다면, 잊혀진 사람들이 그대로 잊혀진다면,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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