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밝혀진 털보네24시 국밥집의 정체?

2020.05.03 09:59

2004년부터 상호 옆 초상화로 화제를 모은 국밥집 사진. 현재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woong22.tistory.com

2004년부터 상호 옆 초상화로 화제를 모은 국밥집 사진. 현재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woong22.tistory.com

[언더그라운드.넷] ‘뼈다귀해장국, 북어해장국, 각종 식사 일체.’

‘털보네24시’의 주메뉴다. 메뉴로 보면 해장국집이다. 사진이 10년 넘게 누리꾼의 관심을 끄는 건 상호 옆에 내건 주인장으로 보이는 초상 때문이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남자가 단순한 털보라기보다 다른 사람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다. <공산당 선언>·<자본론>의 저자 카를 마르크스. (그런데 솔직히 알려진 마르크스의 초상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닮진 않았다)

4월 26일, 이 국밥집의 내부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주인장의 인사말 아래 마르크스·엥겔스·레닌·스탈린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러니까 이 국밥집 주인은 진짜배기 마르크스주의자?

먼저 사진의 진위. 사진 만 보면 상당히 유행이 지난 간판인데, 저 사진 속의 국밥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화를 해봤지만 없는 국번이라고 나온다. 누리꾼 증언에 따르면 저 국밥집은 4호선 길음역 출입구 인근에 있었고, 문을 닫은 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털보 마르크스의 초상에 착안한 수많은 ‘드립’이 넘친다.

‘한국에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유명철학자’, ‘만국의 노동자여, 해장하라!’, ‘국밥은 인민의 아편이다’ 등등.

최초로 사진이 찍힌 날짜를 확인했다. 2004년 9월 20일 찍은 사진이니 16년쯤 된 것이다.

그나저나 최근 추가된 저 ‘내부’라고 주장하는 사진의 출처는 어딜까.

초상화 위의 주인장 이름을 단서로 찾아봤다. 당연히 털보네24시 국밥집 내부가 아니다.

서울 마포의 ‘전가복’이라는 중국음식점 2층 올라가는 계단에 전시된 사진이다.

‘털보네 24시’ 가게 내부 사진이라며 올라온 사진. 확인해본 결과 서울 마포의 ‘전가복’ 식당의 2층에 올라가는 벽면에 전시된 초상화들을 찍은 사진이다. /클리앙

‘털보네 24시’ 가게 내부 사진이라며 올라온 사진. 확인해본 결과 서울 마포의 ‘전가복’ 식당의 2층에 올라가는 벽면에 전시된 초상화들을 찍은 사진이다. /클리앙

대표 오홍매씨와 통화했다. 오대표는 중국 옌지 출신 조선족 기업인이다. 공산주의 지도자들 사진은 왜 걸었는지.

“사진을 보고 빨갱이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요. 딱 한 번 누가 경찰에 전화해서 경찰관이 나와서 둘러보고 간 적은 있습니다.”

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마르크스 사진뿐 아니라 마오쩌둥·저우언라이·덩샤오핑 사진도 가게에 걸어놓고 있다.

중국에 살 때 1980년대 초등학교에 가면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그런 ‘옛 추억’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진을 걸었다는 것.

“중국 교포뿐 아니라 한국 손님들도 재미있어하면서 보는 역사 추억이지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음식점에 오시는 손님들은 덕분에 풍성한 대화거리를 제공받는 것 같고요.”

오 대표는 “불필요한 오해가 없게 잘 써달라”고 덧붙였다.

일종의 ‘노스텔지어 마케팅’인 셈이다.

어쨌든 오늘의 결론.

①털보24시 국밥집은 사진만 남기고 사라졌다. ②내부 사진이라고 공개된 사진은 전혀 다른 중국요릿집에 걸려 있는 것이고, 주인은 사회주의 이념을 고취하고자 내건 것이 아니었다. 끝. 조금 싱거웠나.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