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톰보이’, 남자이고 싶은 10세 여자아이,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2020.05.13 15:52 입력 2020.05.14 00:50 수정

영화 <톰보이>의 주인공 로레는 축구를 좋아하고,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10세 여자아이다. (주)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톰보이>의 주인공 로레는 축구를 좋아하고,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10세 여자아이다. (주)영화특별시SMC 제공

‘남자이고 싶어하는’ 10살짜리 여자아이의 삶은 어떨까.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지난해 큰 주목을 받은 감독 셀린 시아마(42)는 영화 <톰보이>에서 섬세한 눈길로 이 ‘특별한 아이’의 삶을 들여다본다. ‘나 자신’이 되고자 하는 10살 아이를 함부로 재단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겪어야 하는 ‘고요한 폭력’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시아마의 신작은 아니다. 2011년 제작된 작품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힘을 받아 뒤늦게 한국 극장에서도 선보인다. 2007년 첫 장편 <워터 릴리스>를 내놓은 시아마는 2011년 <톰보이>, 2014년 <걸후드>로 이른바 ‘성장 3부작’을 완성했다. 그리고 지난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제72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지난 1월16일 한국에서도 개봉해 15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톰보이>는 주인공인 로레가 가족과 함께 새로운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한다. 로레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축구를 잘하며, 짧은 머리가 매우 잘 어울린다. 영화 제목(톰보이: 소년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소녀)에서 알 수 있듯이 로레는 ‘전형적인’ 남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자아이다. 스스로를 ‘남자’로 여기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하다.

로레는 낯선 동네에서 처음 만난 또래 친구 리사에게 충동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만다. 자신의 이름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한 것. 미카엘은 리사를 통해 다른 동네아이들과도 어울리게 되고, ‘남자아이’로서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숲에서 뛰어놀고, 축구를 하고, 강에서 수영을 하는 등 전형적인 시골마을 아이들의 일상이 흘러간다.

그러나 미카엘의 삶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즐거운 얼굴들 사이에 미카엘의 불안한 표정이 언뜻언뜻 섞인다. 미카엘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관객들 마음도 조마조마하다. 그리고 미카엘의 ‘정체’는 예기치 않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시아마의 사려 깊은 연출과 함께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다. 주인공을 맡은 조 허란과 여동생 잔 역의 말론 레바나, 리사 역 진 디슨은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미카엘과 리사의 친구들로는 배우 조 허란의 실제 친구들이 출연한다. 힘껏 뛰어노는 10대 아이들 모습이 그 어떤 영화보다 생생한 이유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미카엘은 계속 ‘나 자신 그대로의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그 가능성을 듬뿍 암시한다. 사회가 정해놓은, 또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던 기준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될 만하다.

언니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잔이 친구에게 하는 대사를 통해 감독 시아마는 이렇게 응원한다. “난 오빠가 있는데 언니보다 더 좋은 것 같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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