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박쥐·천산갑 거쳐 진화···인체 감염 가능해졌다"

2020.06.01 10:04 입력 2020.06.01 13:58 수정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박쥐와 천산갑을 거치는 과정에서 진화하면서 인체 감염 능력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 펑가오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유전자 분석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천산갑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중요한 유전자 조각을 교환하면서 인체 감염 능력을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전적으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하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초기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어떻게 전파됐는지는 아직 명확한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일부 학자들은 박쥐에서 천산갑을 거쳐 인간에게 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수용체 결합부위(receptor binding motif)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의 구조. 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 제공.

수용체 결합부위(receptor binding motif)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의 구조. 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 제공.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부위(receptor binding motif)가 천산갑에서 재조합을 통해 도입된 것임을 나타내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감염능력을 갖추도록 진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천산갑 체내에 존재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단백질에 사람 세포와 결합하는 데 필요한 수용체 결합부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의 이 같은 수용체 결합부위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에 전달되면서 사람의 호흡기와 장상피세포, 내피세포, 신장세포 등에 많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의 표면단백질과 쉽게 결합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결합부위는 형태가 달라 인간 세포를 효율적으로 감염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만으로는 팬데믹을 일으킬 수 없었지만, 이 바이러스들이 잡종을 만들어내면서 인체 감염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교신저자인 펑가오 듀크대 교수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나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사람으로 전염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바이러스와 유사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유전적으로 진화하는 변화를 거쳐 인체 감염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가 새로운 인간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기까지의 진화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종(種) 사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유전적 변화를 통해 숙주 세포에 결합하는 능력을 획득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바이러스의 진화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앞으로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억제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