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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진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

실리콘밸리도 시위로 시끌…불평등 심화하는 정보 독점, 망 중립 인터넷 필요

2020.06.05 22:05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불평등 해소하는 기술 사용법

[정은진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실리콘밸리도 시위로 시끌…불평등 심화하는 정보 독점, 망 중립 인터넷 필요

라메쉬 스리니바산의 <실리콘밸리를 넘어서>

실리콘밸리는 유수의 테크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구글·페이스북·애플의 본사가 여기에 있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도 큰 규모의 지사를 두고 있다. 그 회사들의 주가만큼이나 높은 생활수준을 자랑하는 실리콘밸리 여기저기에 지금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져 있다.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평화적인 시위가 훨씬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멘로파크를 포함한 많은 도시에서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했다.

왜 이렇게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격렬해질까? 불평등의 역사는 길고, 코로나19 사태도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자가격리를 시작한 다음 평균소득에 따라 동선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대면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다가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 대다수도 실리콘밸리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다.

UCLA 미디어학과 교수 라메쉬 스리니바산의 <실리콘밸리를 넘어서: 세계의 혁신가들이 어떻게 불평등을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기술을 창조하는가>는 실리콘밸리의 첨단 테크놀로지가 이 불평등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관련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지적하고, 어떻게 이윤 추구라는 기업 본래 목적과 불평등 해소를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수학무기>에서 보였듯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제공했을 때, 알고리즘은 그 불평등을 학습하고 재현한다. 흑인과 백인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흑인에게 더 높은 형량을 구형하라고 추천한다. 남성과 여성이 같은 이력서를 제출하면 남성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의 저자 사피야 노블은 ‘흑인 소녀’라는 검색어가 어떤 단어들로 자동 완성되는지, 그렇게 자동 완성된 검색 결과가 어떻게 특정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공고히 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염려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만들어져 중립적인 언론이라고 할 수 없지만 미국 국민의 상당수가 SNS로만 뉴스를 접한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우리를 단절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가>의 저자 시바 바이디야나단과의 인터뷰에서 정보 유통의 독과점을 염려한다.

저자는 공적 기관이 아닌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대다수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이런 문제점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망 중립성이 확보된 인터넷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실례로 우버를 대체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덴버 택시기사들의 협동조합이라든가, 디트로이트·카탈로니아의 통신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인터넷을 소개한다.

기술의 사용법은 사회를 반영한다. 불평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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